인도 사람들은 외국어 천재?

by 최정식

다양한 언어 속에서 사는 인도 사람들이다 보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20여 년 전에 인도 친구가 한국을 다녀갔다. 인도에서 이미 우리 한국 대학생들과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한국어를 종종 듣기는 했지만 한국어를 배운 적도 없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눈치 하나로만 모인 한국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맞추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다른 언어를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익숙한 사회다 보니 상황 속에서 의미를 유추하는 능력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 같다. 마치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의미를 유추하며 배우듯이 말이다. 여기에 인도 사람들이 말하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말하기에 관한 한 늘 자신감이 넘친다. 한 번은 기차여행을 하는데 객차 사이를 통과하는 나를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사람도 있었다. 객차 통로에 서서 종교 이야기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 다른 일행들이 내 안전을 걱정할 정도였다. 내 생각에는 유추하는 능력과 말하기 좋아하는 성품이 인도 사람들이 영어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외국어를 빨리 습득하는 주요 이유인 것 같다.
언어를 유추하며 배우는 것은 습득 속도가 굉장히 빠른 반면에 정확성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북인도의 주된 언어인 힌디를 잘하는 남인도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데바나가리(Devanagari)라 불리는 힌디의 글자는 전혀 모른다. 영어를 배울 때 알파벳부터 배우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놀랍지만 이들은 외국인인 내가 힌디 글자를 쓰는 모습에 오히려 감탄을 한다. 게다가 순수하게 의사소통이 목적인 언어 습득이다 보니 각각의 단어가 가진 깊은 뜻을 헤아리려 들지 않는다.

내가 태권도를 가르치던 학교에서 중학교 힌디 수업을 청강할 때 일이다. 어느 날 옆에 있는 학생에게 교과서 본문에 나오는 힌디 단어의 뜻을 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본문의 내용을 열심히 나에게 설명해 줬다. 본문 내용은 이미 아니까 이 단어의 뜻이 영어로 뭐냐고 묻자. 그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결국 선생님께 그 의미를 물었다. 한 단어가 여러 가지 뜻이 있으니 문맥상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한 단어의 정확한 의미에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이 사뭇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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