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말이 뭐예요?

by 최정식

인도를 말할 때면 빠지지 않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13억의 인구, 인구의 70% 가까운 빈곤층, 카스트제도 그리고 아마도 수많은 언어일 것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를 참고하면 인도에는 3372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이중 1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 중인 언어는 216개, 헌법이 인정한 지정 언어는 18개이다. 인도에서 영어가 많이 통용되고 영어 사용자 수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지만 정작 영어는 인도의 공식어가 아니다. 다만 20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고, 너무 많은 공식어에 각 주가 가진 독립성 때문에 영어가 비공식적인 공용어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가끔씩 듣는 "인도말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공부한 대학의 과 이름이 인도어과인데 영어로는 힌디(Hindi)과 이다. 아마도 많은 인도 사람들은 한국어로 과명을 힌디과가 아니라 "인도어"과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영국으로 독립운동을 할 때부터 힌디(Hindi)라는 언어를 국어로 주창해왔고 독립 이후에는 인도 전역에 힌디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예가 힌디를 군대의 언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명실공히 독립국가의 군대인데 다른 나라의 언어인 영어를 쓸 수는 없는 것이고 일사불란하게 군대를 통솔하려면 한 언어로 통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경찰들도 힌디를 쓰지만 군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아마도 군인을 중앙정부에서 길러내지만 경찰은 지방정부에서 육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립 이후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높은 문맹률과 타밀나두(Tamil Nadu) 주처럼 힌디에 대한 반감을 보이는 남인도의 몇 주들의 문화적 저항 때문에 쉽사리 힌디 사용 인구수가 2000년 초반까지는 전 국민의 40%대를 넘기기 어려웠다.


2000년대 이르러 힌디 사용자수가 급증하고 남인도에서의 릭샤(Rikshaw) 드라이버(Driver) 조차도 힌디를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영향이 있다. 하나는 힌두(Hindu) 정권이 들어서면서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힌디를 국어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힌두 민족주의를 따라 주요 도시의 식민지식 이름을 본래의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봄베이(Bombay)가 뭄바이(Mumbai)로, 캘커타(Calcutta)가 꼴까따(Kolkata)로 그리고 마드라스(Madras)가 첸나이(Chennai) 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 도시가 이전 이름을 오래도록 써왔기 때문에 아직도 항공권을 끊을 때 코드는 여전히 이전 이름을 따른다.


다른 하나는 저가 항공의 등장과 경제 성장이다.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북인도의 많은 사람들이 남인도를 비롯한 인도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하자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 종사자들은 릭샤 드리이버를 포함해서 발 빠르게 힌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인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인도 대륙 내에서 인구 이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남인도의 벵갈루루(Bengaluru)에는 북인도에서 온 유학생들, IT 엔지니어들이 늘어났고 역으로 뉴델리나 뭄바이에는 남인도 출신의 IT 엔지니어들을 쉽사리 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날씨가 상대적으로 좋은 남인도에서 노년을 보내기 위해 부유한 북인도 사람들이 이민을 오기도 하고, 훨씬 저렴한 노동인력이 북인도에서 남인도로 건설현장과 아파트 경비 같은 직업을 찾아 유입되면서 이제 남인도 거의 모든 곳에서 힌디를 쓰는 북인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되었다. 이제 힌디는 이전에 영어처럼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남인도에서도 필요한 언어가 되었으니, 타밀나두처럼 힌디에 대한 저항이 컸던 주에서도 학습 언어인 영어 외에 배우는 제2 언어로 본인의 모국어인 타밀어가 아니라 힌디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렇더라도 "인도말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힌디라고 단호히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다만, 인도어과를 굳이 힌디과로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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