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장 전반부(2:4-15)는 일하는 인간을 그리고 후반부(2:18-25)는 사랑하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일하는 인간과 사랑하는 인간 사이에 하나님께서 아담을 통해 인류에게 주신 최초의 명령이 기록되어 있다(2:16-17). 하나님께서 주신 명령은 두 가지인데 먼저는 "~하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하나님께서 이러한 명령을 하신다는 것은 인간에게 순종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종하는 인간 또한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도 순종하시는가? 그렇다. 로마서 5장에 보면,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둘째 아담으로 오셔서 하나님의 모든 명령에 순종하셨다. 특별히 우리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나님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셨고 그 결과 예수를 믿는 신자 모두가 의롭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과연 순종하실 수 있는가?" 혹은 "하나님께서 순종하실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순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무엇인가 열등한 존재가 우등한 존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순종이라 오해한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순종(혹은 복종)이 동등한 인격 사이에서 일어나는 최고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바울은 에베소서 5장에서 성도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피차 복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모델인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나님은 삼위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서로 순종한다. 이것이 삼위일체 하나님이 가지신 연합의 신비다. 바울은 이 신비가 성도들 사이에, 특별히 부부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을 순종하는 인간으로 만드셨다.
순종은 일하는 인간과 사랑하는 인간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일하는 인간에게 순종이 없으면 주어진 일인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만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이루어진 일은 결국 가장 이기적인 일인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일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일하는 인간은 순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에게 순종해야 한다. 그런데 불순종한다. 이것은 부모에게 불순종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자녀는 부모의 권위와 사랑을 불신할 때 불순종한다. 마찬가지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권위와 사랑을 불신했기 때문에 선악을 하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했다.
사랑하는 인간에게도 순종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바울은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고 가르친다(고전 13:6). 여기서 의와 진리는 바로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인간은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하며 마침내는 상대방을 파괴한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에 대하여 정의하면서 "무엇이 사랑인가" 보다는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강조한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그리고 예수님께서 보이신 대로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인간은 반드시 순종하는 인간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이 순종하는 인간이라는 뜻은 인간에게는 반드시 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법은 두 인격체 사이가 맺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약속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먼저 창조하셨다. 창조주와 피조물인 인간의 관계는 하나님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인간을 책임지는 사랑을 하시고,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랑을 해야 한다. 애당초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엄밀히 말해서 인간은 관계로 정의되는 존재다. 하나님과의 관계와 인간과의 관계로만 인간은 정의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떠나는 살 수 없다. 부부 사이에도 법이 있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법이 있으며 국가와 시민 사이에도 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법에 순종하는 자만이 그 관계를 유지하며 그 관계가 주는 자유과 풍성함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