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러 인도 간다고?

by 최정식

요즘은 조기 유학을 하러 인도로 오는 어린 학생들도 많아졌고, 영어 연수하러 오는 대학생들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중동 지역이나 아프리카 출신의 학생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 인도 대도시에서는 심심치 않게 영어 배우러 온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인도에 온 때인 1999년만 해도 인도로 영어 공부하러 간다고 하면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영어가 인도 언어도 아닌 데다 인도 사람들 영어 발음이 우리 귀에는 낯설고 촌스럽게 들리니 영어를 배우더라도 후진국 영어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1999년 함께 인도에서 6개월을 산 팀원들 중에 두 명은 인도식 발음을 익히는 것이 걱정돼서 미국 대사관 직원의 아내한테 영어 과외를 받기까지 했다. 소위 영미권의 원어민이거나 그곳에서 자란 사람들이 아니라면 영어를 하는 데 있어서 모국어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국 사람의 영어가 한국 사람들에게 더 잘 들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 사람들의 영어가 우리에게 잘 들리지 않는 이유는 엄격히 말하면 발음 문제라기보다는 듣는 사람의 영어 수준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내가 만난 영미권 사람들은 자기들처럼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보다는 어느 정도 자기 식대로 발음하고 표현하지만 발음들 사이에 구분이 분명하고 어휘력이 풍부한 인도 사람들의 영어를 더 높게 평가하곤 했다.

어쨌든 아직까지도 영어를 공부하러 인도로 간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 다른 식으로 그 당위성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2002년 1월에 나와 함께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선배의 말이다. 그분은 미국에서 회사 주재원으로 오래도록 근무를 했고, 아내는 재미 교포인 데다가 아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자랐다. 그러니 미국에서 꽤 오래 생활을 했고, 지금도 미국에서 영어로 사역을 하는 목회자다. 그런데 그분이 나와 함께 5 주 동안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고 내린 결론이 영어를 공부하려면 인도로 가라는 것이다. 그분이 그토록 인도를 추천한 이유는 인도 기차 여행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때론 이틀 가까이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인도 승객과 여유 있게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때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눴으니 실상 미국에서도 하지 못한 경험을 한 것이다.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20시간 넘게 영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얻어지겠는가? 본인의 경험으로는 미국에서 미국 사람들에게 영어로 말 걸기도 어려웠단다. 미국에 사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누군가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이 답답하게 여겨지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니 바쁜 와중에 더듬거리는 영어를 들어줄 여유가 없단다. 반면에 인도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시간 보내는 것을 즐거워한다. 게다가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아 한다. 본인들도 그런 때가 있거나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영어 말하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Speak, 둘째도 Speak, 셋째도 Speak라고 인도 친구의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다. 사실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 영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해외연수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해외에 가보면 한국인들과 함께 영어 학원에 앉아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소위 원어민이라는 사람들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잠깐 영어를 공부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인도에서 부담 없이 길게 체류하며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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