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인도로 출국을 앞둔 한 선교사님께서 내가 외대 인도어과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힌디를 가르쳐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볼리우드 힌디 영화를 보라는 권면만 해 준 기억이 있다. 나 자신도 볼리우드 영화를 그리 보지 않을 때였지만 영어 공부의 경험 상 그것이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011년에 인도에서 와서 지금까지 힌디 습득에 대한 강박감은 지속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힌디를 쓰는 지역인 뉴델리에서 힌디를 공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은 영어 많이 통용되고 있었고, 힌디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없었다. 마치 한국에 한국어 학원이 없는 것과 비슷했다. 국립 힌디어학원은 집에서 너무 멀었고, 그나마 2년 차부터는 힌디 문학과 같은 순수 힌디를 배우는 곳이었다. 이런 까닭에 우리 부부가 처음에 선택한 방법은 힌디 과외였다. 아내는 인도 친구의 어머니한테 오전마다 힌디 수업을 받았고, 나는 가끔씩 전직 힌디 선생님인 옆집 아주머니한테 힌디를 배웠다. 일흔이 넘은 친구 어머니는 힌디만이 아니라 인도 생활이나 음식까지 다양한 분야들까지 가르쳐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지금도 그분은 아내를 딸처럼 여기시며 늘 보고 싶어 하신다. 전직 힌디 선생님은 인도 학교에서 가르치던 방법으로 나를 가르치셨는데 열정은 넘치지만 수업은 재미가 없었다.
이후 한국에 비자 여행을 다녀온 후 한 동안 과외를 하지 못하던 우리가 선택한 다음 방법은 영화 관람이었다. 그동안 볼리우드 영화 DVD를 통해 영화를 보긴 했지만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 데다가 영어 자막이 방해가 되기도 했다. 반면에 가까운 영화 상영관에서 3시간 동안 앉아서 힌디 영화를 보는 것은 음향시설이 좋은 데다가 볼거리도 많아서 집중이 잘 됐다. 게다가 조조 영화를 활용하면 영화비 일이천 원에 커피 천 원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나중에 차를 운전할 때나 지하철을 탈 때 듣곤 했다. 영화 상영 중간에 있는 쉬는 시간(intermission)에는 아내와 함께 보며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서로 물어서 확인하기도 하고 새로운 표현에 대해서 뜻을 유추하기도 했다. 그리고 관람 중에 들리는 발음대로 한글로 적은 표현들은 나중에 선생님이나 인도 친구들에게 물어서 익혔다. 이렇게 배운 힌디들 중에는 우르드어 표현이 상당히 많았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실용 힌디였다.
언어는 살아 있다. 그래서 계속 변화를 한다.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문법을 터득한 이후에 문자로 된 정보들을 익히기에 매우 유익하다. 반면에 이미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전의 언어 현상이 담겨 있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런 면에서 나는 영화를 보며 힌디를 배우는 방법을 적극 추천하고 나 또한 즐긴다. 언어 표현 이면에 담긴 사고 체계나 문화까지도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