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2011년에 인도에 들어간 후에 2년이 지난 2013년에 쓴 글이다. 우리 가족은 이후 8년의 세월이 지난 후 2021년 6월에 인도에서 철수했다. ---
1993년 6월에 인도 선교 소명을 받았으니 올 해로 만 20년이 넘었다. 이렇게 말을 하니 주위 사람들은 우리 가정이 인도에 뼈를 묻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2년 전, 인도로 파송받기 전에 인도에서는 10년간 사역하기로 정했다. 절대적인 결정이 아니라 10년 남짓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이상도 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기간을 정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겠다 싶어 결정했다. 한국도 한 교회에서 10년 이상 장기간 사역하는 것에 좋은 선례들도 있지만 좋지 않은 선례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선교지에서는 선교학적으로 선교사의 안락사(선교사가 선교지 교회가 자립하게 되었을 때 리더십을 이양하고 선교지를 떠나는 것)까지도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왜 어려울까를 생각해보면 어디까지나 떠날 때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교지 상황과 선교사의 은사와 소명에 따라 얼마 동안을 사역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또한 순전히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나의 결정을 누군가에게 권할 수도 없으며 강요해서는 더더욱 알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생각과 계획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중동의 무슬림 나라들과 몇몇 공산권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세계 어디에나 선교사들이 있고, 비자법에 문제가 되는 나라들에서조차도 선교사들이 어느 정도 노출되어 사역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선교사가 한 지역이나 나라에서 장기간 사역하는 것을 좀 더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선교의 세대가 거듭할수록 종신토록 한 지역에서 사역하는 것에 대한 재고가 더욱 요구되는 것 같다. 선교사의 본래 목적은 자신이 사역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교회를 세우고 자립시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현지 교회가 자립할 즈음에는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기간을 개인적으로 10년으로 정했다. 10년이 지났는데 아무 열매가 없다면 그 이유를 냉정히 판단하고 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고, 10년 정도 되었는데 많은 열매들이 있고 현지 교회가 든든히 세워져 간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선교사는 떠나야 한다. 우리가 10년이라는 숫자에 얽매일 하등의 이유가 없지만 대략 그렇게 정하고 떠날 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10년을 2+4+4 식으로 다시 삼등분했다. 초기 2년은 정착기이고, 다음 4년은 첫 번째 사역지와 사역 형태로 그리고 다음 4년은 두 번째 사역지와 또 다른 사역 형태로 정했다. 처음 인도를 올 때는 아내와 함께 신학 교수 사역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인도 교회 지도자들을 돕는 사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인도 교회를 충분히 경험해봐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그래서 첫 번째 사역은 인도 현지 교회를 도와 교회 성장과 개척을 경험하고 이후 두 번째 사역에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다수의 인도 목회자들을 돕는 사역을 하기로 정했다. 10년 중에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인도에서 사는 데만 익숙해졌다는 부끄러움이 있다. 이제 8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사명에서 오는 긴장감이 유발된다. 어쩌면 10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것은 순전히 선교사인 우리 가정만 생각한 것인 줄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바울이 말한 것처럼 복음을 전하고 오히려 우리는 버림받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나온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