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암수술을 마친 어머니께서는 큰 수술 직후 나타나는 현상으로 기억과 현실을 혼동하셨다. 그 와중에 막내아들을 찾으신다고 형제들은 시기 아닌 시기를 하기도 했다.
어머니 기억이 돌아오고 어머니께 어디를 여행하고 싶으시냐고 물었더니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그 해 겨울은 행여 감기라도 걸리실까 봐 가지 못하고 다음 해 여름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니께서는 거의 30년 만에 제주도를 다시 오셨단다.
아이들과 아내가 자는 이른 아침 시간,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 바닷가를 찾았다. 차 안에서 바다를 보면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문득 어머니의 얼굴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읽히고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평안을 찾아야 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2016년 1월 인도를 다녀가신 여행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인도에 머무시면서 얼마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는지. 그 여행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어머니께서는 그 여행 이후로 다시는 비행기 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한 번 더 가실꺼냐니까 쓴 약을 드신 듯 고개를 저으신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었다.
"엄마! 죽음은 집으로 가는 여행이야. 너무 걱정 않으셔도 돼요. 고향집으로 가는 여행! 거기에는 외할머니도 계시고... 그리고 우리도 곧 따라갈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