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의 날씨가 무척이나 덥다 보니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 2시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대부분 쉬거나 낮잠을 잔다. 그러니 오후에 행정처리를 할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것이 좋다. 냉방시설이 있는 학교들은 오후 3~4시까지 일과가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대부분 오후 1시 정도면 일과가 끝나고 귀가를 한다. 귀가 후에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잔다. 이런 북인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잘 몰라서 인도 정착 초기에 오후에도 불쑥 집을 방문해서 민폐를 끼친 적이 여러 번 있다.
이렇게 오후를 보낸 사람들은 오후 5시 정도면 일어나서 짜이(차)와 비스킷을 간식으로 먹는다.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가 우리한테 차를 마시러 오라고 했는데 우리는 저녁 초대라고 생각하고 7시쯤 갔다가 할머니가 5시부터 기다렸다고 해서 미안해한 적이 있다. 보통 저녁에 차를 마시러 오라는 것은 5-7시 즈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짜이와 비스킷이지 식사 초대가 아니다.
짜이와 비스킷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다시 일과를 시작한다. 시장도 보고 아이들은 공원에서 놀기도 한다. 그러다가 저녁을 먹는 시간은 밤 9시 정도가 된다. 인도 사람들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을 때, 우리식의 이른 저녁을 생각하면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다가 지치기 십상이다. 실제로 나도 어느 집에 초대를 받고 갔을 때, 밤 10시가 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 시간대에 맞춰 5-6시에 미리 저녁 식사를 하고 우리를 초대한 집을 방문하는 지혜가 생겼다. 밤 9시 넘어서 먹는 저녁식사는 실상 우리에게는 야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녁 식사가 늦게 끝나면 인도 사람들은 언제 자는가? 그렇다고 해서 밤 12시나 새벽 1시에 자는 것은 아니다. 저녁을 다 먹고 치우면 대체로 곧바로 잔다. 우리는 모이면 밥을 먹고 다과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인도는 간식 같은 것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낮잠을 자두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낮잠을 자지 않으니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아이들이 졸려하고 배고파하는 바람에 여러 번 애를 먹었다. 이른 저녁을 먹는 우리 입장에서는 늦게 저녁을 먹고 곧바로 잠을 자는 것이 위에도 부담이 될 것 같은데 그들은 배가 고픈데 어떻게 잠이 오냐고 되묻는다. 한국에 와서 밤에 야식으로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보니 그들의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