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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식PM Aug 22. 2022

영어책을 강요하는 욕망 아줌마들에게

내 아이를 알아가는 방법

내 아내는 욕망아줌마다.

아내가 영어책을 사 왔다. Where is 시리즈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챕터북이다.


세계책방 스마트스토어 상품페이지 발췌


아이는 '버뮤다 삼각지대' 편을 하나 읽더니 크게 흥미가 없는 모양이다. 이처럼 챕터북은 리스크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사봤자 아이가 읽지 않으면 꽝이다.


아까워서 내가 한 권 집어 들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편이었다. 옛날 맨해튼의 역사부터 건축 과정, 엘리베이터, 강철 프레임 등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담겨있었다. '나는' 의외로 굉장히 재밌었다.


Where is 시리즈의 AR 점수는 5~6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문제는 AR 점수가 무색한 소재와 내용이다. 내용 자체가 평범한 아이는 관심이 없을 법도 하다. 건물 건축과정과 강철 프레임에 무슨 흥미가 생기겠는가...


타지마할이 아내를 위한 무덤인지 처음 알았다.


나 같은 호기심 많은 노잼 설명충 아저씨나 재미있어할 소재다. 게다가 내 영어 수준에 아주 찰떡이다. 덕분에 내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더 잘 읽히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회사 OTIS는 OTIS가 만들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높은 건물이 의미가 없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특별한 이유는 step back 규제 때문이었다.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힌 적이 있다.
대공황 시기에 만들어졌다.
1년 45일 만에 만들었다.
시민들은 2차 세계대전 때 공습을 받을까 봐 두려워했다.
갈라파고스 섬은 다윈의 위대한 발견에 영감을 주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명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린 이구아나는 바닷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Blue-footed booby는 발이 파랄 수록 구애에 유리하다.
인간이 들여온 염소가 생태계를 파괴했다.
다윈은 거북이 등껍질이 말안장 모양이면 목을 높은 곳으로 움직여 먹이를 얻기 쉽다는 것을 보고 Natural selection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 내용을 발췌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가 흥미를 가지기엔 무리다.


내가 진심으로 책을 보고 있으니, 아이도 한 권을 집어왔다. 'Area 51' 편이었다.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론 더 이상 보지 않는다. 그래도 한 권을 더 시도하게 만들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매우 열심히 친절하게 풀어쓴 책이지만, 초등학생에겐 너무 어렵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책을 샀는데 아이가 읽지 않으면
본전 생각이 날 순 있다.
그럴 땐 읽으라고 다그치지 말고
엄마들도 읽어보자. 

내 아이가 이 책을 왜 안 읽는 것인지. 그러면 내 아이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떤 것에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들여다보자.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내 아이를 더 잘 알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본전 이상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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