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소식 이후, 나와 아내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 : 3학년 되면 본격적으로 수학 선행이 시작될 텐데 나는 대치동 인프라가 아쉬워. 싱가포르 환경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치동보다는 느슨하겠지. 자기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나 : 수학 중요한데, 지금 시기에 영어와 수학 중에 뭐가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영어 같아. 계속 원어민 수업 유지해왔는데, 이제 한국에서 영어가 한계에 부딪히는 걸 느꼈잖아. 그리고 이 시기 아니면 유학은 어렵다고 봐. 다니던 학교, 친구들에 익숙해지면 나가기 싫어질 거야. 초등 교과 정도는 우리가 따로 백업할 수도 있을 테니 덜 부담스러울 것 같고.
아내 : 영어가 그렇게 중요할까?
나 : ㅇㅇ 중요하지. 우리가 아쉬웠던 것이 뭐였어? 쉬운 어휘에 익숙해질 틈 없이 입시 영어로 공부해서 간단한 말도 못 하는 거였잖아. 지난 10년 동안 바뀐 세상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 좋은 대학 보내고 좋은 회사 가는 공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거지. 미래가 불확실하니, 아이가 필요한 시장을 넓히려면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우리는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원래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현실이 다가오니 내 의견을 묻는다. 나는 대답을 준비했던 것도 아닌데, 이 날따라 뜸 들이지 않고 한 번에 줄줄 이야기했다. 내 걱정은 경제적인 문제뿐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돌아오거나, 나중에 더 벌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더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남들이 우리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 교육에 몰빵하는 집으로 보일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유학에는 다른 목적도 있다.
아내와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아이뿐만 아니라 아내와 나도 첫 해외 체류 경험이다. 새로운 문화와 사람을 경험하고,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오히려 아이의 조기 유학을 구실로, 아내와 내가 참여하는 가족 단위의 모험이며 도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얻을 것이 많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유학을 준비할 시간이다. 할 일이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