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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Jul 09. 2021

코로나19 시대, 학생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주춤했던 코로나19 감염이 최근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슬금슬금 늘어가던 확진자 수는 7월 6일을 기점으로 1000명대로 올라섰습니다.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기에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미 교육부의 지침과는 별도로 전면 원격수업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음을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고요.


 4단계로 격상하게 되었을 때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참 많으시겠지만 일단 저는 어린 학생들이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제 딸만 하더라도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지난 7월 초에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발생하여 7월 9일까지 전교생이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장모님이 오셔서 아이를 봐주시고, 담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자료를 이용하여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고는 있는데.. 매일 과제를 준비하고 과제를 잘하고 있는지 퇴근 이후에 와서 확인하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빠트린 과제가 있으면 완성하라고 채근하다 보면 아이와의 관계도 자꾸 틀어지는 것 같고요. 


 딸에게 물어봤어요.

"집에 있는 게 좋아? 아니면 얼른 다시 학교 가고 싶어?"


 초반 며칠은 학교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깐 이제는 학교 안 가고 집에 있고 싶답니다.  집에서 학습하는 것에 만족하고 익숙해져 가는 딸을 보면서 전면 원격 수업이 진행된다면 전국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도 이런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 안타까웠어요. 아쉽고 그리워하다 결국 체념하고 적응하게 되는 이 사이클 말이죠.


 이렇게 1학기가 마무리되는 것일까요...?

Q. 코로나19 시대에 전국에 있는 많은 학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질문이 생기니 뇌가 고파졌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한국 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RR2020-23)' 보고서를 발견했어요. 2020년에 지역별, 학교급별로 코로나19 시대를 학생들이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분석한 보고서인데요,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대도시 그리고 초등학교 위주로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고착되었다는 점입니다.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밤에 늦게 자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겠죠. EBS기반 이 학습터 영상 강의나 교사가 직접 제작하여 보내준 교육 영상도 실시간으로 꼭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니 오전에 보든, 저녁에 보든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과제에 대한 부담도 적어졌을 테고요. 집에만 있으니 입맛도 별로 없어서 식사 시간과 양도 불규칙해졌다고 하고요. 운동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으며, 등교를 직접 해야 하는 날이 아니면 씻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는 날이 늘어나고 불안함과 우울함 수준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당연히 스트레스 수치도 상승했고요. 


두 번째 변화는 부모와의 갈등이 심해지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집에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녀의 학습에 부모가 관여하는 정도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붙어있으면 자꾸 싸우게 되고, 성취 수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높아지자 사교육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해요.


세 번째 변화는 학생들의 관계성, 공동체성이 부족해졌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은 먹는 것, 자는 것과 비슷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공간이 함께 머무르던 교실이 아닌 혼자 머무르는 집 그리고 온라인 공간으로 바뀌었죠. 올해들어 줌이나 기타 다양한 쌍방향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이 대폭 늘어났지만 작년에는 팬더믹 상황을 모두 처음 경험한 상태였기에 우왕좌왕하면서 쌍방향 수업마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친구란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통계청(2018.11.05.) 사회조사에 의하면, 문제가 있을 때 고민을 상담하는 상대로 청소년들은 자신의 친구와 동료(49.1%)를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이 어머니(23.9%)였다고 해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고민을 나눌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 가운데서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조사에서 '코로나 19 이후 가장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 많은 청소년은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72%) 가장 힘들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이제 결론으로 가보겠습니다. 보고서에 제시된 코로나19 시대에 학생들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자기 주도적 역량'이라고 합니다. 자기 주도적 역량이 갖춰진 학생은 시간적, 공간적인 변화나 제약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실행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요.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매체를 절제하고, 시간을 조절하며,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수행하며, 우울감이나 불안감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에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겠죠.


'원격수업에서 학습의 주도권은 학생이 쥔다. 그동안 ‘학생 중심’이라는 용어는 교육계를 혁신하는 핵심 용어였지만 여전히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을 운영할 때 앞에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다는, ‘교사가 주도하는 학생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실제 학습 상황 자체를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 버렸다. 학습을 하든지 안 하든지 모든 것이 전적으로 학생의 의지와 행위에 달려 있게 되었다. 의식이나 개념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천 장면에서부터 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버린 것이다(김경애 외, 2020: ⅵ). 학생의 손끝에서 학습의 시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잘 만든다고 해도 학생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제 학생이 있는 ‘지금, 여기’가 학습터가 되었다. 이는 곧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도, 지역에서도, 어디에서든 학습하는 과정에서 보편성, 평등성, 의무성, 무상성, 전문성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에 등교하여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확보되던 것들 이 삶 안에서 확보되어야 하는 것으로 확장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중에서


다음 글에서는 자기 주도적 역량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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