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 효과
: 각인효과란 특정 시기에 일어나는 학습효과가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알에서 부화된 새끼 거위가 어미 곁에서 크면 어미를 따르지만 사람과 함께 있으면 사람을 어미로 오인하며 따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듣고 보시나요?
새벽 4시에 알람을 듣고 화들짝 놀라 일어나 거실로 나와 불을 켜면 마치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세상이 너무나 고요한데 그 고요함을 깨고 나와 나의 움직임으로 그 공간을 채우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순간에 접하는 첫 번째 정보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내 머릿속에 남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각인 효과처럼요.
너무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먹으면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들듯이
일어나자마자 너무 자극적이거나 가십 같은 정보를 접하면 내 정신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되도록이면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침을 '명상'으로 여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굳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필요하겠구나 하며 납득이 갑니다.
지난 3월 2일에 저와 1년을 함께 할 학생들을 만났어요. 그 학생들에게 근사하고 건강한 아침밥은 차려줄 순 없으니 아침을 여는 명언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아침 8시 45분에 줌에서 만났을 때 좋은 말, 좋은 글귀를 정해서 알려주고, 그 글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어요.
먼길을 떠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아니라 내 신발 안에 있는 모래알 몇 개다
3월 2일 첫 만남을 위해 제가 선택한 명언은 이것이었어요. 1년의 시작을 어떤 말로 열면 좋을까를 고민하던 중 나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것은 사소한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고, 집에서 지내다 보니 절제, 인내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접했거든요. 코로나19 기간 동안 성인 평균 몸무게가 6kg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던데...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도 불필요한 것들이 꽤 쌓여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이후로 우리 반 급훈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마음엔 공감, 배움엔 감동!
이라는 급훈이 선정되어 이 급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한 가지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되지 못하고, 한 가지 색은 찬란한 빛을 이루지 못하며, 한 가지 맛은 진미를 내지 못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과 관심사,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질문을 통해 서로 배우고 도와주자는 의미의 명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침을 여는 명언을 통해 생각이 크는 아침 만남 시간을 지속해 오고 있었는데요, 3월 10일 출근길에 '세바시'강연을 유튜브로 듣던 중 저를 전율케 한 한 문장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벽을 넘어트리면 다리가 된다.
이 문장은 흑인 해방운동가이자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안젤라 데이비스가 했던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제가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한 벽은 '꾸준히 지속하는 것' , 'IT기기나 플랫폼이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벽을 1년 동안 두드려보자는 목표를 세워 도전해보자고 결심했죠.
제 생각을 학생들에게도 말해주고 나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죠.
내가 그동안 잘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제시한 명언을 함께 읽고, 그 명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볼 때와는 다르게 구체적인 '질문'을 받게 되니 학생들의 뇌가 반짝이는 게 느껴졌어요. 줌 너머로 바쁘게 자신의 생각을 성장일지에 적어 내려 가는 학생들의 생동감이 전해졌죠. 뇌를 깨우는 게 이런 것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죠.
그 이후로 줌을 이용한 원격 수업을 할 때면 항상 아침을 여는 명언, 그리고 뇌를 깨우는 질문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어요.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학생들에게 자신이 생각한 '명언'과 명언에 대한 '질문'을 준비하여 친구들에게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 주었답니다. 1인당 2번씩 아침을 여는 명언 그리고 아침을 깨우는 질문을 발표하고 나니 어느덧 1학기를 종료할 시점이 다가왔네요.
좋은 말로 아침을 열고, 뇌를 깨우는 질문으로 뇌에게 첫인사를 하며 우리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참 멋지게 성장해 주었답니다. 우리 학생들과 함께 나누었던 '아침을 여는 명언, 뇌를 깨우는 질문'은 파일 첨부를 해 놓을게요. 하루에 하나씩 자녀와 함께 좋은 말과 질문으로 하루를 '각인'하시길 추천드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