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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Nov 29. 2021

'어떻게'보다 '무엇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나자 제 머릿속엔 시중 잘 나가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제 이름이 박힌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작가가 꿈인 사람들이 한 번쯤은 떠올려 봤을 만한 '브런치 작가'인데, 그렇게 통과하기 어렵다는 관문을 한 번에 통과하다니.. 제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죠. 


 하지만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나서 특이한 일이 벌어졌어요. 


글을 쓰려고 '글쓰기'페이지를 누르면 나타나는 순백의 페이지가 마치 태평양과 같은 망망대해처럼 느껴졌어요. '생각'이란 것이 떠오르지 않고, 손은 그대로 멈춰버렸습니다. 재촉하는 커서의 껌뻑임을 뒤로하고 몇 번이나 '글쓰기' 페이지를 펼쳤다가 접었다를 반복했죠.


그러던 중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첫 번째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것


좋은 글을 빨리 많이 써서 브런치 발행 양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온 몸이 경직된 것이에요. 이 글 하나가 내 최고의 글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써야지 생각하고 글을 쓰려니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렇다고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브런치도 네이버 블로그처럼 신뢰를 쌓고 소통의 범위가 넓어져야 결국 내 글을 찾는 분들이 많아질 텐데 그런 과정을 다 생략하고 혼자 퀸텀 점프를 하려 했으니 '뇌'가 포유류의 뇌가 아닌 파충류의 뇌가 되어 도망갈 생각을 하게 되었나봐요.


두 번째는, '어떻게'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무엇을'이 먼저라는 것


브런치 글을 쓰고 싶은 분야는 자기 계발, 동기 부여, 성장 이야기 등입니다. 제가 2021년에 제가 함께했던 5학년 학생들과의 스토리를 글로 써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참 '막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상상했던 재료들과 현실의 상황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 것이죠. 이렇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저렇게까지 해도 안되니 참 답답했어요. 

 그런데 문득 제 다이어리에 마인드맵을 하다 보니 깨달았어요. 구체적인 상황과 사례가 부족했구나 하고요. 독일 속담에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고 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만 주로 고민하고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한 회상, 선정 작업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요리를 하려는데 준비한 게 라면 1 봉지밖에 없다면 할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잖아요, 부셔 먹거나 끓여먹거나, 불려 먹거나 정도... 하지만 오징어, 계란, 치즈, 파, 두부, 대게 등이 함께 준비되어 있다면 그중 내가 먹고 싶거나 혹은 상대가 원하는 oo라면을 요리할 수 있겠죠. 


'어떻게' 쓸지 쓰다 보면 어찌 되겠지 하면 쓰는 게 아니라 '무엇을'쓸지 확실히 준비해놓고 써야겠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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