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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전쟁터가 되었다.

by 자 상남자

어제 참 특이한 경험을 했다. 자아가 나눠지는 느낌이랄까? 분열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너무 과한 느낌이 있어서 완곡하게..


어제 신입생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다. 등록하고 안내한다. 그런데 특이한 케이스가 있었다.

엄마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시 행정동이 어디시냐는 질문에

"배정된 학교는 여기가 아닌데, 받아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 왔어요.'


학생수가 줄면 학급수가 줄고, 이는 곧 교사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현재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몇 명이라도 더 받는게 우리 학교 입장에선 물론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학생을 받아도 될까..?'하는 담당자로서의 고민이 엄습했다.


이때부터 머리가 스폰지처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입장이 공감이 되면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내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굳이 우리 학교에 배정된 학생도 아닌데, 받아줄 이유가 없는 학생을 굳이 받아서 생활지도 측면에 어려움을 겪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를 이 학교 저학교에서 받아준다, 안받아 준다고 하는 것은 혹시 아이가 다른 애들에 비해서 부족하고 산만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그리고 나역시 그 아이가 일반적인 아이였다면 우리 학교로 온다고 했을때 고민되는 점이 없었을텐데, 저 아이이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이고, 그 고민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지면서 그 학부모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화가났을까 하는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등록을 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 원래 배정된 학교에 등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할때, 받아준다고 했다가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는 이유가 뭐냐는 항의를 받을때 내 안에 들어온 여러 사람들이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전쟁터가 된 내 마음은 출근길 내 발목을 잡았다.


평일 출근 길에 옆으로 새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글로 털어내면 냉동이 된 마음이 조금 해동될까 싶었는데 아직 꽁꽁 언 마음은 쉬 말랑해지지 못한다.


새해가 되었지만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다. 소모된 에너지를 1,2월에 다시 채울 수 있을까? 있겠지..?진짜 있을까..?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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