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 벚꽃이 가득 피었다. 통학로를 화사하게 채워주는 벚꽃은 출근길을 격려해주고 퇴근길을 칭찬해준다. 봄꽃이 개화 순서가 동백,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이라는데 이제 2025년 봄도 철쭉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수없이 봐왔지만 올해는 유독 환하게 핀 벚꽃을 보니 이제 올해 봄도 곧 지나가겠구나 싶어 아쉽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화창한 목요일 오전이 시작되었기에 감각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시인이 되어보기로 하고 교실을 나섰다. 야외수업하기 참 좋은 날이다, 그치?
등교실에 봤던 벚꽃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은 혼자 걸으며 봤던 그 꽃이 아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놀이터 미끄럼틀에 올라 벚꽃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보기도 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잡아보기도 한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벚꽃의 맛이 어떨것 같은지를 물었다. 대답 대신 연필을 잡고 공책에 뭔가를 긁적이기 시작한다.
벤치에서, 구령대 위에서, 계단에서, 심지어 통학로 바닥에 앉아서 시 쓰기에 몰입했다가 친구들과 재잘재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잠깐 시인이 되어 보기로 했다. 학창시절에 시 쓰는 과제를 부여받은 이후로 시를 종종 읽어보기만 했지 시를 써본적이 언제인가 싶다.
운동장에 핀 꽃
놀이터에 봄꽃이 피었다
어울려피는 꽃
혼자서도 피는 꽃
교실을 나가 봄햇볕과 인사해라 했을 뿐인데
놀이터 미끄럼틀 높은 곳에서부터 꽃이 핀다
저건 왕벚나무인가요
그럼 벚꽃은 어디있나요
핑크색은 철쭉인가요
매화꽃은 먹어도 되나요
벚꽃은 무슨 맛이에요
봄꽃에 대한 시를 공책에 쓰자고 했는데
자신이 봄꽃이 되어 운동장이 시가 된다.
너희가 꽃인걸 모르는 것 같으니
알림장에 꼭 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