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눈에 사과입니다

by 정소정



“You’re the apple of my eye.”
당신은 내 눈에 사과입니다.


이 문장은 스티비 원더의 노래 <You’re the sunshine of my life(당신은 내 삶의 햇살입니다)>의 가사다. 어떤 말은 들었을 때, 참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부터 이 말이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입안에 맴돈다.


‘the apple of my eye’는 매우 중요한 존재를 칭하는 영숙어라고 한다. 이 숙어는 셰익스피어가 1590년 작품인 <한 여름밤의 꿈 (Midsummer Night's Dream)>에서 눈동자를 사과에 빚대어 표현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극 중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꽃을 얻게 된 로빈 굿펠로 요정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꽃으로 만든 마법의 약물을 남자의 눈에 떨어뜨리며 이렇게 말한다.


"Flower of this purple dye, Hit with Cupid's archery, Sink in apple of his eye"

보랏빛으로 물든 꽃,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그의 눈 속 사과 속에 잠기라.


현대 영어의 반 이상은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 새로운 표현을 많이 만들었다.


영상매체가 없었던 당시에는 연극이 오늘 날의 티비 드라마 같은 역할을 했었고, 실제로 셰익스피어는 극장 대주주이기도 했고, 연극제작으로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다.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말하자면 현재의 넷플릭스 같은 것이었는데, 하루에도 몇 타임씩 공연했고, 관객들은 빽빽하게 공간을 채웠다고 한다. 그런 인기 있는 대중극 장르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와 볼거리 뿐 아니라 새로운 언어까지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만 드라마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작자나 감독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드라마를 왜 보는 걸까? 그 이유를 생각하면 드라마의 언어는 재현에 그칠 필요가 없다는 걸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압축된 세계를 경험한다. 때로는 그 안에서 환상을, 또 때로는 그 안에서 꿈을, 또 때로는 그 안에서 치열한 전쟁을 체험한다. 그런 압축된 세계에 적합한 그 세계에 어울리는 가공된 언어가 잘 쓰일 수 있다면, 시청자들은 이야기와 볼거리 뿐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말이라는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는 “나 너 좋아하냐?”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은숙 작가의 이 표현을 소름돋게 유치하다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이런 도전적인 사랑표현이야 말로 작가답다고 느껴진다. 사랑할 때는 니가 내 마음의 주인이니까, 내가 너에게 물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직관적이라 설레고 유치하고, 그래서 남몰래 따라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유혹의 언어다.


그런 선물 같은 언어를 많이 구사하고 만들어준 셰익스피어 덕분에 수백 년이 지난 오늘, 영국에서 한참 떨어진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미국 가수가 부른 노래를 통해 ‘당신 눈 속 사과’라는 표현에 가슴이 뛰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되도록이면 아주 달콤하고 유치하게.


“넌 내 눈 속 사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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