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차분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말 속도가 느린 편이라 더 그런 느낌이 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진 못해요. 편한 느낌은 아닌가 봐요. 말하지 않고 있으면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해요. 저도 먼저 다가가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원하는 이미지가 있으세요?”
“정말 원하는 이미지로 바꿀 수도 있나요?”
사람들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모습이 남들에게 어떤 인상을 풍기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태도도 달라짐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나의 매력이나 개성을 보여주기도 전에 첫인상으로도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는 것. 그렇기에 시각적인 부분은 참 중요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내가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받으러 간 것도 결국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퍼스널 컬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색과 가장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컬러를 찾아보고, 그 색으로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끔 도와준다고 한다. 성공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컬러를 내가 알게 된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색 중에 나의 평생 메이트가 생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상담을 받는 동안 궁금해졌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내게도 핑크의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나는 핑크의 호불호가 분명한데 나에게 어울리는 핑크색은 무엇일지 말이다.
(누군가는 내가 핑크색이라면 뭐든 환장할 것 같아 보이지만, 그럴 때마다 난 머쓱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 제가 핑크에 예민해서요.”)
내가 가지고 있는 화장품들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기 위해선 피부의 측색이 먼저 필요했다. 얼굴의 전체톤을 측색기를 이용해 측정을 했고 신체의 색소가 노란 끼를 가지고 있는지, 붉은 끼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셨다. 눈동자와 눈썹의 색, 광대의 굴곡짐, 얼굴형, 피부의 매끈한 정도도 전부 진단을 위해 체크해봐야 할 요소였다. 그 후엔 진단천을 얼굴에 바짝 대어 웜(warm) 톤인지, 쿨(cool) 톤인지를 직접 비교해봤는데 색상에 따라, 거기다가 명도와 채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내 얼굴이 신기했다. 피부의 밝고 어두움, 질감, 요철의 선명도가 눈에 띄게 보였다. 같은 표정인데도 웃고 있는 것처럼 환해질 때가 있고, 뾰로통해 보일 때가 있었다. 이래서 얼굴이 예쁜 연예인들도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부담되어 보이기도 하는구나 생각했다.
색의 명도는 중량감을 결정한다고 한다. 밝을수록 가벼워 보이고, 어두워질수록 무거워 보인다. 채도는 색의 선명도를 말한다. 같은 계열의 색에서는 무채색이 섞이지 않은 순색이 채도가 가장 높은 색이다. 그리고 채도가 높을수록 화려하고, 낮을수록 수수한 느낌이 난다. 20대에 입었던 옷이 30대에 입으면 똑같은 느낌이 나지 않고,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인 역할이나 위치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도 있지만, 피부의 톤이 바뀌는 것 때문도 있었다. 가을의 뮤트톤(웜 소프트 타입)이 나온 나 같은 경우엔, 가을 계절의 자연색들처럼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차분한 색을 계속 가지고 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중명도의 채도가 낮은 인디핑크나 머스터드, 연한 카키, 빈티지 보라, 번트 피치 같은 색깔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사실 그 외에 다른 색깔들도 추천을 받았었지만 평소인디핑크 색깔을 가장 좋아하던 나는 내 안과 겉이 같은 색으로 채색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다른 색은 흘려 들었다. 그리고 곧 자리를 떴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런 억울함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이런 상담을 받은 나도 억울한 구석이 있다. 누군가에게 편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다. 내가 좋아했던 핑크색처럼 사랑스럽고 부드러운내 마음의 빛깔을 누구든 먼저 느껴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사랑 : Romantic Days> 전시
이제 나는 나만의 색 무지개를 만들어 나를 더 나답고 예쁘게 만들어줄 준비를 한다. ‘빨주노초파남보’보다 더 아름다울 핑크빛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