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온 날

by 정선

24년 11월 28일 일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따뜻하면 크리스마스 기분도 안 나겠다면서 겨울다운 겨울을 기대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보란 듯이 하늘은 첫눈을 대설특보로 쏟아버렸다.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마다 눈에 머리칼이 젖어서는 깔깔거린다.

“저 눈에 여기까지 빠졌어요!” 하며 자랑스럽게 축축해진 바짓단을 보여준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눈도 털지 않고 교실로 들어온다.

이만큼이나 눈을 맞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나는 다시 밖으로 끌고 나가 눈을 털어준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눈은 교통체증 유발자가 아닌 그저 재밌고 설레는 존재다.

한 수업시간에는 9명 중 1명이 왔다.

“다들 어디 갔어요?”

“눈이 와서 못 왔나 봐.”

“나 빼고 다 눈사람 만들러 갔나 봐요. 힝.”

중학생들은 그래도 좀 컸다고 알아서 잘 학원에 왔다.

그래도 밖에 쌓인 눈을 두고 엉덩이가 들썩거릴 터.

30문제 풀고 100점 맞으면 눈싸움하러 나가자고 하니 100점을 맞아버린다.

“선생님 집에 어떻게 가세요? 버스 없을 텐데.”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눈앞에서 버스를 두 대나 놓쳤다.

신호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아련하게 쳐다보며 걸어가니 기사님이 문을 열어준다.

평소 같으면 절대 안 열어주는데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기사님도 안타까우셨나 보다.

집에 돌아와 첫눈을 기록하려 일기장을 폈는데 올해 일기장 종이가 절반이나 남았다.

뭐가 바빠서 기록을 소홀히 한 걸까.

정신이 퍼뜩 차려진다.

12월을 어영부영 지내고 싶지 않아 남은 절반은 12월 기록으로 채워보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