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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얼리 Feb 16. 2021

클하 해? 클럽하우스의 바다(海)에서

[진품멍품]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ver 0.2 음성 기반 소셜 네트웍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고립됐다. 깊은 밤이 지나면 먼 동이 트는 것처럼 이제 무엇인가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인지, 다중 비대면 플랫폼이 필요하고 줌은 부담스러웠던 누군가가 디스코드를 뛰쳐나와 클럽하우스clubhouse라는 앱을 만들었다는 구전설화가 들려온다. 


모동숲의 diy 유리병처럼, 누군가 보낸 의문의 레시피를 수행하면 클럽하우스라는 망망대해에 던져진다. 육지 사람인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아직 초대장을 받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바다에 몸을 던진 아이폰/패드/팟프로 유저가 언론이 칭하듯 '인싸'인가? 내가 보기에 그렇지는 않다. 초대장도 곧 여유로워질 것이라고도 확신한다. 그저 애플 유저가 수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금 먼저 갖췄을 뿐이다. 간신히 매일 아홉 시 반 신입생 환영회 정박선에 닿았다면 더 불안한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community guidelines'은 영어이기에 자세히 읽을 겨를은 없다. 왠지 이 세계에서는 가라앉으면 안 될 것 같다. 


저 멀리 나를 노미네이트 한 친구가 등대를 깜빡이고 있다면 그쪽으로 가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친구의 취향이 곧 내 취향은 아닐 수 있다. 아니면 연락처 기반으로 추천되는 이미 이용하고 있는 친구들을 팔로우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넓은 바다의 여기저기서 섬, 선박, 부표 등을 탐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까지가 2주 미만으로 클럽하우스라는 바다를 이용해 본 나의 인상이다. 셀럽이 등장한 어떤 섬은 이비자 같고, 어떤 섬은 공동체 생활의 이상향 같다. 부표들은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꽤 굳건해 보이는 선박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느닷없이 가라앉는다. 해적(트롤링 유저)들의 공격도 비일비재하고, 아직 사용법을 잘 모르는 모더레이터가 선박을 해체해 버리는 경우도 겪었다. 뗏목에서 바다에 던져진 경우나 큰 배에 타려고 오랫동안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배에 타고나면 여간해서는 오랫동안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몸을 싣고 있거나 스피커 역할, 모더레이터 역할로 항해를 주도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취향껏 팔로우를 하다 보면 배에서 배로 갈아타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꽤 오랜 시간 상주한 방에서 어떤 분이 '클럽하우스는 매너 학교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텍스트와 로그가 전혀 없는 이 방은 규칙이나 방법을 모르는 유저들에게 구전 교육을 해주는 것이 필연적이다. 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후에는 아마도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구전이 이뤄질 것이다. 학교가 있다고 모두가 성적이 높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는 이 플랫폼을 다르게 이용할 것이지만 인류가 여태껏 발전해 왔듯이 적절한 발명품(업데이트)과 지혜(사용 팁, 자치적인 규칙)들과 함께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일반론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바다가(바닥이 아니다) 오프 더 레코드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궁금증은 일단 바다에 뛰어든 후에 구전 교육을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초보자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숙지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천만다행으로 누군가의 애정 어린 번역으로 영문이 아닌 한글 버전의 가이드라인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수도권에서 머나먼 해남에서 이 서비스를 아싸로서 적극 활용해볼 계획이다. 그래서 작은 기획자들의 방도 목요일 오전에 직접 진행해볼 생각이고, 모더레이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반응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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