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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얼리 Apr 08. 2016

<귀.국.전> '불행'

16년 4월 7일 첫 공연 관람 @남산예술센터

가면 속에 숨은,

고개를 허리까지 숙인,

뒷걸음질 치는,

불행


벗어버리고 싶은,

내뱉고 싶은,

치밀어 오르는,

불행


목 뒤에 달라붙은,

차마 놓을 수 없는,

되풀이되는,

불행



입 안에 털어넣는,

잘근잘근 씹는,

꾸역꾸역 넘기는,

불행


억 소리 나는,

주먹에 담긴 - 발로 차이는,

탕 하고 쏘는,

불행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춤으로 떨어내고 싶은, 

쓰러지는 - 떨어지는,

불행






줄거리를 위한 대사는 없는 개념극 '불행'.

관객은 무대 뒤로 입장해 무대와 객석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배우들 사이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무대와 객석 어디에서든 진행되는 불행을 의지대로 따라다니며 관람할 수 있다.


극이 시작되면 가면을 쓴 배우들은 돌아다니며 다시 자리를 잡고 

천천히 가면을 벗고 각자 혹은 더불어 불행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관람만 가능할 뿐 그들을 어찌할 수 없다. 모든 불행을 다 볼 수도 없다. 


이미지에 압도되고 불행에 할 말을 잃어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한 시간 반, 중간중간 흐르는 팝송, 엔카,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형식의 연극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귀.국.전> 3편은 매 작품이 4일만 공연해서 아쉽다. 이 작품은 전석 매진이라는데 나중에 꼭 다시 만나봤으면 좋겠다. 


표지 및 본문 사진 두 장은 서울문화재단 제공, 마지막 사진은 커튼콜(?) 때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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