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In whispers, acrylic on canvas, 72.7X100.0, 2022
2023년 2월 통계에 의하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활동 상태를 '쉬었음'으로 답한 청년 층의 숫자가 49만7000명이라고 한다. 약 50만명의 청년이 구직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취업포기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현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들 보다 포기가 편하게 다가오는 세대이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을 넘어가고, '88만원 세대','N포 세대', '포기하면 편해'라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포기'라는 단어는 청년 층에게 너무 나도 친근한 단어로 다가오게 되었다.
청년 고용률은 보통 경기의 순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경기 상승국면에서는 늘어나고, 하강국면에서는 줄어드는, 경기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 문제는 단 기간의 경기 변동에 따른 것이 아닌 국가의 중장기적 성장 추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1990년 전반까지 7-8%를 기록하던 국가 잠재 성장률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4%로 급락하였고, 이 시기 청년 실업률은 1990년대 평균 5.5%에서 2000년대 평균 7.8%로 증가하였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은 지금까지도 큰 사회 문제로 남아있다. 잠재성장률의 저하로 늘어난 청년 실업은, 국가의 인적 자본 가치의 유실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어 국가 경제의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미래의 국가 경제가 어떻게 되든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당장 다음달의 월세, 학자금 대출, 생활비 등이 걱정될 뿐이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보라는 얘기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들의 눈에 보이는 극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와 복지 수준 차를 생각해보면 쉽게 내릴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20대 초반 1.4배에서 40대 초반 2.2배로 그 격차는 점점 늘어난다. 이렇게 미래에 더 벌어질 격차들을 생각하면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그저 여러가지의 포기중 하나라고 느껴질 뿐이다. 그에 반해 대기업의 채용 규모는 경기가 악화 될 수록 더 줄어든다. 이런 좁디 좁은 취업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포기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이 포기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미래는 외면하려 해도 다가오는 것이고 현재의 포기는 절대로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것을 청년들도 모르지 않음에도 그들이 포기에 가까워지는 것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렇게 포기와 가까워진 청년들에게 과연 어떤 말을 건네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