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의 위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보호자와 눈을 맞추며 관계를 시작한다. 아기에게 '눈 맞춤'은 세상을 인식하고, 세상과의 첫 유대를 맺는 행위이다. 그 짧은 시선의 교환은 신뢰를 만들고, 존재를 확인하며, 관계의 씨앗을 틔운다. 이처럼 눈 맞춤은 단순한 시각적 교류를 넘어, 인간 사이의 깊은 정서적 연결을 상징한다. 연인 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애정, 친구 간의 우정 모두 그 출발점엔 진실한 시선의 마주침이 있다. 눈을 맞춘다는 것은 타인을 향해 열린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상대와 동등한 위치에 서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평등했던 시선은 종종 기울어진다. 사랑은 소유가 되고, 보호는 지배로 변하며, 우정은 서열로 나뉜다. 눈을 마주치는 행위는 어느 순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감시의 시선이 되기도 한다. 연인 사이의 집착, 부모의 일방적 통제, 친구 간의 질투와 경쟁은 모두 이러한 위계의 파생물이다. 그렇게 사랑은 위압으로 변질되고, 관계는 통제와 복종의 장으로 변모한다.
'눈 맞춤' 작품은 바로 그런 시선의 높낮이에서 비롯되는 관계의 구조를 시각화한 작업이다. 두 인물은 서로 눈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 인물은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다른 인물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 시선은 분명히 교차하고 있지만, 절대 평등하지 않다. 위에 있는 인물은 아래 인물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이 손길은 겉으로는 친밀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압박과 통제의 기운이 숨어 있다. 아래의 인물은 고개를 치켜들어 위 인물의 눈을 올려다보며, 관계 속에서 자신이 놓인 위치를 말없이 드러낸다.
이처럼 눈 맞춤이라는 평범한 행위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어디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관계의 성격을 재구성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은 우위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눈은 종속을 상징하게 된다.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지는 관계들조차도, 무의식중에 위계의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다.
진정한 사랑과 건강한 관계란, 서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올려다보지도, 내려다보지도 않고, 같은 높이에서 마주 보는 일. 그것이 관계의 본질을 회복하는 시작이다. 이 작품은 눈 맞춤이라는 아주 단순한 행위를 통해, 관계에서 위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