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가면을 쓴 지배욕구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 조종하고자 하는 욕망은 매우 은밀하고, 때로 선의로 포장되어 나타난다.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 더 나은 길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배려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는 지배욕이 숨어 있다. 이 지배욕은 '사랑이니까'라는 논리로 쉽게 정당화되며, 상대방의 주체성과 선택권을 침묵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사랑하는 상대를 조종하려는 심리에는 두 가지 주요한 원인이 있다. 첫째는 두려움과 불안이다. 상대가 잘못된 길로 가거나, 혹은 자신에게서 멀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통제 충동을 낳는다. 상대를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무의식적 시도가 사랑이라는 감정 뒤에 숨는다. 둘째는 우월의식이다. 자신이 더 뛰어나거나 옳다고 믿는 태도는 상대방을 미성숙하거나 무능력한 존재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경시적 시선은 '내가 대신 선택해 주는 것이 더 낫다'는 착각으로 이어지고, 결국 상대의 자유를 침식시킨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이 이중적 심리는 관계를 비뚤어지게 만든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모는 '네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강요하기도 한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스라이팅과 같은 심리적 조종은 '널 아끼기 때문에'라는 감정적 언어를 통해 비판 없이 수용되며, 결국 상대방의 자아를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처럼 교묘하게 권력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
'조종석' 작품은 이러한 심리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화면 속 인물은 외형적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둘 사이의 힘의 방향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 인물은 상대방의 눈을 가리고 방향을 지시하며, 상대의 자율성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이 모습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지배와 통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외형적 사랑과 내면적 권력욕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모순을 직시하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사랑은 타인을 자신의 이상에 맞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일이어야 한다. 조종하려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니면 자신의 두려움과 우월의식을 투사한 것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사랑은 누군가의 조종석에 앉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옆에 나란히 서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 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