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존심 사이
사랑은 본질적으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랑은 감정의 흐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관계 안에서도 자존심을 지키려는 본능을 드러낸다. 특히 연애 초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건 없이 표현하는 것을 경계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 곧 약자가 되는 것처럼 인식한다. 이는 흔히 '밀고 당기기'라 불리는 전략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밀당'은 사랑을 쟁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감정보다 자존심을 우선하는 심리 구조에 가깝다. 상대방의 반응을 끌어내려는 기대,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 혹은 거절당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방어적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마음이 있음에도 표현을 유보하거나 억제하게 된다. 이는 관계를 지연시키고, 때로는 완전히 소원하게 만든다.
'안아줘. 네가 와' 작품은 이러한 사랑 속 심리적 교착 상태를 시각화한 작업이다. 화면에는 두 명의 인물이 서로를 향해 팔을 벌린 채 마주 서 있다. 마치 서로를 안으려 하는 것 같지만, 다리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다. 물리적 거리는 금방 좁힐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감정적 거리는 고정되어 있다. 서로를 안고 싶은 마음은 가득 하나, 선뜻 먼저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사랑을 둘러싼 심리적 긴장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자존심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인가? 기다림과 계산은 관계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종종 그것은 가장 본질적인 연결 자체를 방해한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마음이 더 크고,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를 따지는 게임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양쪽 모두가 동시에 발을 내딛고, 자존심을 내려놓는 순간에 형성된다. 상대가 먼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랑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사랑은 밀고 당기는 기술이 아니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발화이며, 계산을 넘어서는 신뢰의 선택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서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관계를 살아 있게 만드는 적극적 행위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관계 본질은 '기다림'이나 '심리전'이 아닌, 결국 '용기'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