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자기애에서 시작되는 불균형한 관계

by 채정완
나르시스트_acrylic on canvas_33.4X21.2_2025.jpg 나르시시스트 Narcissist, acrylic on canvas, 33.4X21.2cm, 2025

나르시시스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사랑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종종 스스로를 이상화하며,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불안정한 자아와 외부 인정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사회는 이러한 나르시시즘을 부추기기에 더없이 적절한 환경이다. 소셜미디어는 끊임없이 비교와 과시를 조장하고, 자기 계발 담론은 '더 나은 나'를 향한 강박을 정당화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관계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타인을 대한다. 그들은 타인을 나와 다른 인격체로 마주하기보다는 자신을 비추는 수단으로 여기곤 한다. 칭찬과 관심을 기대하면서도 상대방의 감정에는 무심하고,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기만족에만 집중한다. 처음에는 그들의 자신감과 매력이 호감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는 일방적으로 되고, 감정은 소모된다. 상대는 점점 '이 관계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혼란과 피로를 느끼게 된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고유성을 존중하지 않기에, 결국 그 관계는 균형을 잃고 어그러지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런 나르시시즘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정장을 갖춰 입은 인물이 바지를 내리고 강렬한 빨간색 속옷을 드러내며 자랑하듯 서 있다. 이는 자기 확신에 찬 자세와는 달리, 진짜 자아는 끝내 드러내지 못한 채 외형만을 과시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실체를 상징한다. 검은 배경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빨간색 팬티는 주목받고 싶은 욕망의 결정체이며, 동시에 관객에게 묘한 불편함을 던진다.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지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허하고 단절된 자아가 자리하고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단순한 자기애에 대한 풍자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속 수많은 관계가 어떻게 자기 과시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파열음을 내는지를 이미지를 통해 드러낸다. '나는 지금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 '나 또한 누군가를 거울처럼 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고자 한다. 진짜 '나'와 타인을 마주할 용기, 그리고 균형 있는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결국 자신의 자각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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