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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으로 구분되는 삶

by 채정완
확인 Check, acrylic on canvas, 27.3X22.0, 2025

현대 사회에서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평가받고, 평가 기준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안정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관리하고 다듬는다. 경쟁은 이제 개인의 성장 과정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한 기준에 맞춰 자신을 스스로 조율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 극심한 경쟁은 사회의 기득권이 만든 기준과 제도에서 비롯된다. 한정된 기회는 특정한 조건에 맞는 사람만을 통과시키고, 사람들은 그 문턱을 넘기 위해 자신의 개성을 희생한다. 개별적인 특성과 다양성은 점차 지워지고, 모두가 비슷한 스펙, 태도, 가치를 추구하며 동일한 인물이 되려 애쓴다. 미디어와 SNS는 이러한 기준을 확대 재생산하며, 타인의 성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또 다른 비교와 경쟁을 유발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선택받기 위해 자기 자신을 상품처럼 포장한다. 얼굴 없는 군중이 되어 일렬로 서고, 선택이라는 손길이 닿기만을 기다린다. 선택되지 못한 다수는 탈락자로 남고, 선택된 소수조차 다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줄을 선다.


이 과정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개개인의 고유한 목소리와 개성은 사라지고, 자존감은 남의 기준에 맞추는 능력으로만 측정된다. 사회적 관계는 연대보다 경쟁적 이해관계로 변하고, 선택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좌절과 소외, 우울 속에 빠진다. 결국 사회 전체가 비인간적이 되고, 서로서로 평가하는 냉혹한 장으로 변한다.


'확인'은 이러한 현실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일렬로 서 있는 인물들은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개별성을 잃은 군중을 상징한다. 그중 한 명에게만 내려진 붉은 체크 표시는 기득권이 정한 기준을 통과한 순간이며, 동시에 다른 이들이 배제되었음을 보여준다. 위에서 내려오는 손은 보이지 않는 권력과 제도, 즉 '누가 선택받을지를 정하는' 사회적 힘을 의미한다. 인물의 텅 빈 눈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평가와 규정에 따라 존재가 증명되는 상황을 드러낸다.


이 과잉 경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이 정한 단일한 기준에 사람들을 맞추는 사회적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개인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고,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회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누구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과 다양한 경로를 마련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는 대신 자기다운 삶을 살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이 사회 속의 선택과 탈락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행복은 타인의 기준과 선택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질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런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한 발짝씩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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