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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핀국화 Nov 08. 2023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아이가 엎드려 울고 있다.


갑자기 1년간 열심히 하던 고전 읽기 프로그램을 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을 했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인문독서 프로그램으로 무료이다)


아니 왜?

1년 동안 잘했잖아?

너 지난 1년 동안 성장한 거 너도 느끼잖아?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일단 하루 수업을 빠지게 하고 마침 남편이 옆에 있어 우리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 그러는 걸까?"라는 내 질문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기 싫으니까, 재미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지금까지 잘했잖아!"

"마가 좋아하니까 했겠지."

"론 힘들고 어렵지 일주일에 고전 책 한 권 읽고 독후감까지 쓰는 게 쉽겠어?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한다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부모의 역할이야?"

" 스스로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내버려 둬 "

"가 어떤 행동을 잘못해서 그런 건가 싶어."

"니 ,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는 환경을 제공해 줬어, 고전을 읽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는 걸 말해 주면 돼.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자!"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고? 그치 그래야지.....

이런 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훈련이지..

그런데 아이가 안 한다는 선택을 할까 봐 선택권을 넘겨주지 못하겠다..... '

아이에게 펼쳐놓은 두 개의 옷 중 어떤 것을 입을지 고르게 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고전독서 프로그램을 계속하면  어떤 것이 좋은지

반대로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 좋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면 좋은 것들에 힘을 주어가면서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 주었다.

당연히 한 주 쉬었으니 다시 하겠다고 할 줄 알았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어떤 압력도 없이 너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지난밤 했었고, 진심으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싶었다. 아이는 이제야 내 진심을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꼈나 보다. 하기 싫다는 진심을 드러냈는데 여전히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선택권을 주지 말걸 하는 후회가 폭풍처럼 몰려왔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 아이가 오답을 선택했다.




내가 아는 큰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이 활동이 의무가 되어버려서 재미가 반감된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엄마가 책 읽기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척을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어찌 모든 걸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겠냐 만은

좋아하기도 하고 좋아한 척한 적도 있을 것 같다.

퇴근한 남편에게 정말 이래도 되느냐고 이게 부모 역할이 맞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마치 남편 때문에 아이가 책 읽기를 그만두는 것인 양 분노의 표적으로 삼았다.


"국화야!

애들 왜 교육하는 거야?"

꼭 이렇게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을 훅 하고 들어 온다.

"너 애들 왜 교육하는 건지 생각해 봐."

.

.

.

.

그래, 무슨 말하려는지 알겠다.

결국 오늘 또 무너지고 말았다. 끄럽게도 내 욕심과 불안이 드러나 버렸다.


왜? 교육을 하는 거냐고?

우리 부부는 세 아이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시길 주님이 쓰시고 싶은 곳에 맘껏 사용하는 자녀들이 되길 바라며 양육과 교육을 한다. 이것이 우리의 교육 가치관이다.

그렇게 목적을 따지고 드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자기와 비슷한 성향의 아이를 대변해 주었다. 자기 어릴 땐 더 심했던 예까지 들어가며...

"언젠가는 스스로 변할 거야. 어떤 계기가 있겠지. 그냥 하나님 빨리 만나는 수밖에 없어."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아이의 인생과 내 인생을 분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다. 이 선택으로 인해 무언가 힘든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아이 스스로 부딪히고 나아가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그래 인생에 가이드라인이 없고, 각자의 인생마다 각자의 길이 있을 뿐이다.

그 길을 가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고 언제든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아들아

그래도 고전 읽기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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