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나는 냄새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냄새
나와 당신의 체취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고약하고
사는 일이 다 그러한 냄새...
생선을 구우면 생선 냄새가 온 집 안에 압도적이다.
김치찌개를 끓이면 그 냄새가 온 집 안을 가득 메운다.
이런 냄새는 바깥에서 맡던 것이었다.
어느 집 앞을 지나다가 엄마의 찌개 냄새가 나면 얼마나 그리웠는지.
순간 그리움이 너무 사무치면
아무에게나 달려가 안기기도 했던 그런 밤들을 건너
이제 나는 당신의 집을 만들고
당신의 곁을 당신의 낮을 지키고 있다.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잠시 테라스에 나갔다 들어오는데(요즘 생긴 습관은 음식물이 묻어 있는 쓰레기를 바로 바깥으로 내 가는 것이다, 아마 그 때문이었을 듯),
우리 집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구나 한다.
이제는 내가 그리울 냄새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니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그리운 냄새를 찾아 자꾸 어딘가로 떠도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 안에 그리운 것들의 자리를 한 평쯤 만들어 두고,
어색한 미소나마 너에게 안도의 삶을 안겨 줄 수도 있게 된
그런 어른이 된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엷은 미소를 지어 본다.
어느덧 나도 음식 냄새를 만들어 내는 어른이 된 것일까.
찌개 냄새가 풍기는 어떤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