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셰프처럼, 오늘의 달걀말이

부엌을 여행하는 시크한 여자의 살림에 대한 단상

by 정원

달걀말이는 늘 망친다.

달걀말이팬은 늘 워너비이지만,

내 부엌에는 늘 달걀말이팬이 없다.

그건 늘 선물 같은 특별한 무엇이고,

나는 그걸 갖기에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든 달걀말이는 늘 망치고 그때마다 나는 늘 생각한다.

달걀말이팬이 없어도 난 언젠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데 언제?

엊그제 영화 심야식당을 보다가 주인공이 달걀말이 만드는 것을 보고 한 수 배웠다.

엄마가 달걀을 붓자마자 흔들어 주는 것에 이어 두 번째 팁인데

달걀물을 촥 부은 뒤 팬 바닥의 열기가 닿자마자 재빠르게 달걀물이 숨 쉴 수 있는 구멍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나무젓가락으로 톡톡 찍으면 된다.(이 행위 자체가 요리 좀 하는 사람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게 한다)

영화를 보다가 우연히 두 번째 팁을 얻은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쭐하다.

그러나 결국 또 망친다. 모양이 엉망이다.

하지만 폭신하게 촉촉하게 달걀말이 한 접시. 두 번째 팁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더 맛이 좋다.

오늘은 꼭 달걀말이팬을 주문해 볼까 생각해 보는데…….

어쩐지 난 다음 달걀말이 때도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 한숨 한 번 쉬며 여전히 이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망친 달걀말이를 보고 “맛은 좋네.” 하면서 또 절반의 성공에 피식 웃겠지.

늘 모양은 엉망이어도 맛은 좋은 달걀말이에

같은 칭찬을 반복하는 우리 집 식구들도 여전하겠지.


그러니 결국, 또 워너비......

달걀말이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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