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을 여행하는 시크한 여자의 살림에 대한 단상
어젯밤엔 꿈을 꾸었다.
딸기잼을 뜨려고 병에 잼 나이프를 넣었는데,
잼이 몰캉몰캉 아주 적당한 굳기로 쓰윽 떠진다.
이런 꿈은 너무 단순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지만,
참으로 행복했다.
만족, 안도, 평화, 기쁨, 위안. 이런 낱말들을 아무리 나열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엊그제 만든 잼 굳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신경을 쓴 탓일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단순해도 되나...
나 요즘 고민이 너무 없는 건가...
혼자서 괜히 머쓱해진다.
꿈에서 깨는 순간
내가 나에게 던진 말은 "너 왜 이래?"였던가.
1
이런 꿈처럼... 현실에서도 모든 잘못된 일들이
수정 보완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리 없다)
2
꿈에서 수정을 마친 것은(많이 신경쓰고 바라던 일일 가능성이 크니)
현실에서도 수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리 없다)
3
아무리 허무맹랑한 꿈이라도
신 나게 조잘조잘거릴 당신이 늘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능하다)
4
완전히 망쳐 버린 요리라도
그걸 먹으면서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만이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 자고 혼자 꿈을 꿀지언정
눈 뜨면 당신을 찾는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일단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고는 안심한다.
깊은 새벽, 당신이 내가 잠든 공간을 지나칠 때
나는 당신이 놀라지 않게 깨어나
허무맹랑한 꿈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당신이 웃으며 들어 주면 좋겠다.
언젠가 완전히 망쳐 버린 요리 접시를 들고
맛있다면서 웃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당신이 좋지는 않지만 완벽하게 나쁜 것도
아니라면서...
솔직하지만 아주 기분 나쁘지는 않게
그렇게 웃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