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을 여행하는 시크한 여자의 살림에 대한 단상
딸기를 끓이다 보면
딸기가 전부 위로 떠오르며 탄성을 갖는 듯 보이는 순간이 있다.
주걱으로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살짝 올라오면서 흡사 파도처럼 출렁인다.
파도가 떠오르는 건 흰 포말 같은 딸기 거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거품이 하얗게 오른 뒤 그걸 서서히 걷어내면 더 이상 울렁이는 파도는 없다.
‘나이 서른처럼’이라고 쓰려다가 수정한다.
인생에서 거품처럼 하얗게 올라 울렁이는 때는 ‘서른’일까, ‘마흔’일까. 아니면 다른 시기일까.
지나간 걸까, 곧 다가올까.
혹시 그 순간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그 순간이 왔을 때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출렁이는 때’라는 것을 알아채기는 할까.
아니면 그 순간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혹시 지나갔을까.
어쨌든 딸기잼의 지향점은 그 출렁이는 때, 거품이 하얗게 이는 때를 지나 고요를 찾는 시점에 있다.
거품을 다 걷어내고 말끔해지면, 본연의 붉은색은 한풀 가라앉아 묵직해지고
소란스럽던 봄날의 기억도 유리병 안에 고이 담으려는 듯 단단해진다.
그리고 차가움을 유지한다.
신선한 차가움.
참 괜찮은 일이다.
인생의 화려했던 시절,
새빨간 딸기의 시절을 지나도
단단하고 투명한 유리병 안에서
더 어여쁘게 빛내며 고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딸기잼만 같으면 참 좋겠다.
딸기를 끓이는 시간.
이 시간, 집안을 가득 메우는 달콤함에 정신이 아찔하다.
그래서 취한 듯 생각해 본다.
내 거품의 시절은 아직 지나지 않은 거라면 좋겠다고,
파도치는 젊고 푸른 날들이 아직 오지 않은 거라면 좋겠다고 욕심 부려 본다.
다 너무 달콤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