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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Aug 18. 2023

'쌀로별 모먼트'를 아세요? *ㅅ*

쌀로별을 고르면 생기는 일

백 마디 말보다 한 봉지의 과자가 유대감을 줄 때가 있다. 아직은 낯선 동료와 과자 쇼핑을 갔는데 내가 집어든 과자를 보더니 그가 반가운 얼굴로 물었다. “쌀로별을… 좋아하세요?!” 다소 흥분된 목소리와 힘 준 눈. 그 리고 분명 미소가 번지고 있는 입꼬리.. 난 그 순간을 ‘쌀로별 모먼트*라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동질감, 연대감, 벅차오르는 감동! 

(*쌀로별 모먼트: 서로 좋아하는 과자를 발견한 순간)


(찡긋)


특히 쌀로별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쉬운 과자가 아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이를 만나면 더 반갑다. 서먹했던 동료와도 그 순간 후로 급격히 친밀해졌다. 내게 쌀로별은 이런 유대감을 느끼게 해 준 과자다. 


7명 중 한 명이 좋다고 손드는 과자

새로운 집단에 들어갔을 때 쌀로별을 좋아하는 이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략 7명 남짓 모였을 때 한 명 정도 있다고 본다. 그만큼 쌀로별은 흔히들 좋아하는 과자는 아니다. 있으면 먹겠지만 굳이 먹겠다고 내돈내산 하지는 않을 과자. 과자 가판대에서 다소 존재감 없이 있는 둥 마는 둥 진열된 과자. 다른 과자들에 밀려 기억 저편에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누군가 “과자는 쌀로별이지!”하고 흥분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제야 아 맞다 생각나는 과자다. 


since 1987


순둥한 인상의 고자극 쌀과자, 쌀로별!

쌀과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개별 포장된 과자와 봉지과자. 하지만 쌀과자하면 떠오르는 과자는 대체로 개별 포장된 쌀과자다. 물론 이 과자들도 맛있지만 쌀로별은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다. 


개별 포장 쌀과자 하면 떠오르는 세 과자


쌀로별은 쌀과자라는 점에서 순한 과자라는 인상을 풍긴다. 동글동글한 별모양과 수십 년째 안 바뀌는 고전적인 포장지 또한 '순한 맛' 이미지를 강화시켜 왔다. 하지만 쌀로별은 결코 순한 과자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고자극과자다. 종종 쌀과자에 무심한 사람 중에 쌀로별과 조청유과를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 둘은 아주 다른 과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맛의 구성이다. 조청유과의 맛은 쌀로별보다 단맛이 강하다. 이름에 '조청'이 가장 앞에 나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더 달달하고 끈적인다. 달큰~하다. 


반면 우리의 쌀로별은 고소한 맛이 단맛을 리드한다. 단맛과 짠맛이 서브 보컬이라면 고소한 맛이 메인보컬이다. 그리고 이 고소함은 쌀로별의 정체성이 된다. 쌀로별 봉지를 보면 아예 '고소한 맛'이라고 크게 표기되어 있다. 자기소개를 고소하다고 하는 이 쌀과자, 고소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고소함은 후추만큼이나 자극적이다. 다만 순둥하게 자극적이라 사람들이 이미 고소함에 매료되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한입에 쏙! 쌀로별

쌀로별을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쌀로별은 이름대로 생겼다. 1987년 출시된 과자라 그런지 이름이 정직하다. 말 그대로 쌀로 만든 과자인데 별모양이라서 쌀로 별이다. 쌀로 별을 만들었다니. 발상마저 귀엽다. 쌀로별은 동글동글한 듯 별의 반짝임이 뾰족뾰족하게 서 있는 모양이다. 과자에서 모양이란 곧 식감. 쌀로별의 식감은 쫄병스낵, 홈런볼류랑 비슷하다. 한 입에 쏙 던져 먹기 좋다. 나비처럼 산뜻하게 입 안에 안착해 벌처럼 고소한 맛을 쏘고 파스스 바스러지는 쌀로별은 얼마나 우아한 과자인가. 엄지와 검지로 쏙 집어 먹을 수 있는 크기라 운전 중에 먹기도 부담이 없다. 


운전할 때 즐기세요~


"좋아하는 과자가 있으신가요?"

아직 낯선 동료나 친구가 있다면 함께 과자 쇼핑을 가보길 추천한다. 과자는 참 부담 없는 주제인 동시에 개인의 취향이나 추억이 깃든 경우가 많아서 재밌는 대화거리가 된다. 과자 진열대에서 과자를 고르며 서로 좋아하는 과자를 묻고 얘기하다 보면 그의 취향도 알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과자에 깃든 추억담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집어 들었을 때 상대방의 눈이 빛난다면? 그것이 바로 쌀로별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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