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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Feb 18. 2022

이제 결혼식이 달리 보인다

결혼 후 처음으로 둘이 함께 간 결혼식에서

2월은 결혼식의 달이었다. 한 주도 빠짐없이 결혼식에 다녀왔다. 그중에서 둘이 함께 다녀온 결혼식이 있었다. 그날은 시댁 식구들을 처음으로 집에 초대한 날이라 둘 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청소하고 이리저리 신경을 곤두세운 날이었다. 저녁 결혼식 시간을 맞춰서 피곤한 몸을 끌고 집을 나섰다.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일찍 도착한 결혼식장. 막상 갔더니 인사만 나누고 나오기 영 아쉬워서 식장 안에 나란히 앉았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랑과 신부가 나란히 입장했다. 불과 세 달 남짓 전의 일이라 그런지 기분이 묘했다. 나까지 떨리고 초조하고 설레는 기분. 신랑 신부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고. 곧 주례가 시작됐다. 주례자 목사님의 주례는 다른 결혼식에서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좋은 내용이었다. 사실 내용보다도 어른들이 주례가 그렇게 좋았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당시에는 어른들이 으레 하는 말씀이시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제 기혼자가 되어 주례 내용을 들어보니 우리가 했던 고민들이자 겪은 상황들이 떠올랐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유익하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떠오르는 우리 부부의 일상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랜 시간 부부 생활을 해 온 어른들은 주례사의 행간에 담긴 말들까지도 듣고 이해하셨나 보다.


식이 끝나고 식장을 나오는 길, 웬만해선 크게 감동받지 않는 남편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주례 진짜 좋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듣고 가장 도움을 얻을 사람들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일 수도 있겠단 다. 우리가 이제 막 뛰어든 부부라는 세계, 거기서 경험하고 있는 매일의 새로운 사건들. 그 일들을 주례자님이 마치 미래를 예언하듯 예비부부에게 말씀하고 계셨으니까.


우리도 하객 분들을 모시고 알 수 없는 우리 두 사람의 미래를 두고 다짐하고 약속했었다. 그럼에도 부부가 되겠다고, 한 몸을 이루겠다고. 주례를 들으면서 우리의 지난 세 달 간의 신혼 생활이 많이 생각났다. 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같이 살아보니 주례자님이 예견(?)한 문제에 직면해보기도 했고 풀어보기도 했다.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첫 약속대로 그 사랑의 되풀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오늘의 결혼해서 좋은 점

: 다른 사람의 결혼을 더 큰 마음으로 축복해줄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시국의 부부들은 결혼 준비가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을지 더 그려져서 온 맘 다해 축복을 빌어주게 된다. 더욱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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