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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Feb 25. 2022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우린 외식 더 해야 돼 vs. 우린 외식 줄여야 돼

가정경제 역할 분담: 공격수와 수비수

가정경제에서 그의 역할은 공격수, 나는 수비수다. 서로의 성향과 강점, 경험을 고려해 본 결과다. 그는 ‘수입’ 란에 나는 ‘지출’ 란에 더 주목한다. 내가 수비에 강한 이유는 갖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언제나 지출하고 싶은 품목이 한가득이라서 어지간한 이유로는 나의 지갑을 열 수 없다. 최대한 돈을 아껴야 사고 싶은 걸 더 많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게 아니면 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외식을 한 번 참고, 그 금액을 생각하며 예쁜 도자기 컵 하나를 사고 흡족해한다.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와 달리 그는 갖고 싶은 게 그다지 없는 사람이다. 당장 사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면 딱히 사지 않는다.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는 돈이나 본인이 들이는 에너지에 더 관심이 많다. 수비에는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소비가 많지 않아서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수비수 ‘외식비용, 이대로 좋은가’

가계부를 적으면서 매주 불안했다. ‘외식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처음에는 집안 정리에 에너지를 쓰느라 그렇다 쳐도 어느 정도 살림이 정돈된 지금도 외식 횟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밥을 너무 많이 사 먹는 거 아닐까 슬슬 조바심이 들어 그에게 2주간 수입지출 내역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외식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 사실 그가 동의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을 얼추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내 예측보다 더 적극적인 반대의견이 나왔다. “난 (외식을)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해.”


공격수 ‘현재보다 외식 더 늘릴 필요 있어’

당황하는 내 눈빛을 읽고 그는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예를 들어 재택 하면서 점심 밥상을 차리면 준비하고, 먹고, 설거지하면 점심시간이 끝나. 그럼 난 너무 지쳐.” 아무리 간단한 식사라도 직접 해 먹으면 한 끼를 차리는 노동이 아예 없을 순 없으니까 에너지 효율면에서 밥을 좀 더 사 먹는 게 낫다는 말이었다. 동의했다. 점심시간은 업무 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기도 한데 가사노동시간이 되어 버린 셈이니까. 급여 노동+가사노동+급여 노동의 굴레인 것이다. 나도 이 노동의 굴레에 지쳤기 때문에 그가 외식하자고 했을 때 늘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날은 회사 일 외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다른 일들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식을 더 늘려버리면 바깥 음식 맛에 더 길들여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아낄 수 있는 돈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찜찜한 마음, 어디까지가 에너지 효율과 가정 경제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선인 걸까.


Perfect Match, 합의점

일단은 여유로운 합의점을 찾았다. “적당한 반찬가게를 물색해 보자.” 반찬가게 탐험을 해보기로 했다. 둘 다 너무 부지런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반찬가게에 들어가도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나온 경우가 더 많았다. 다섯 달 동안 동네 반찬가게 경험이 한 곳, 한 번 뿐이라니. 음식점에서 밥을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고, 더 건강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주변에 반찬가게가 꽤 많은데 기대된다. 그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늘 재미있다. 결혼반지에 새긴 문구대로다. ‘서로에게 완벽한 짝’이라는 성경말씀 영문 번역본을 찾다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번역본을 찾아서 새긴 문구인데 오늘 같은 날이면 또 마음에 새겨보게 된다. ‘Perfect Match’ 이번 판도 즐거웠다!


*사진은 그가 사랑하는 양재역 최고의 수제버거집 #크라잉치즈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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