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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Apr 10. 2022

아인슈페너의 성공비결 4가지

제가 알아주는 카페순이거든요.

커피가게 동경, 아시나요?

2016년쯤 됐을까. 커피가게 동경의 아인슈페너란 메뉴가 유명세를 탔다. 아메리카노 위에 생크림을 올려서 젓지 않고 호로록 마시는 커피인데 그게 그렇게 잊지 못할 맛이라고. 꼭 먹어야 된다는 인스타그램 후기들이 이어지고 커피가게 동경 앞에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길게 길게 줄이 늘어섰다. 그렇게 아인슈페너 유행이 시작됐다. (내 기억으론) 창의력의 민족답게 변주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녹차 슈페너, 얼그레이 슈페너, 초코 슈페너 등등. 크림에 첨가하는 것을 ‘슈페너’ 앞에 붙이는 게 무언의 룰 같았다. 그리고 2022년, 아인슈페너는 웬만한 카페 메뉴판에는 다 있는 메뉴가 됐다. 심지어 시그니처란 이름으로 메뉴판 상단에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어떻게 아인슈페너는 유행으로 지나가지 않고 정식 메뉴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의 분석은 이렇다.


비결 1. 약간 아쉬운 마음을 공략하세요.

첫 번째,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도 단맛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을 흡수했다. 아인슈페너를 시키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원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던 사람들이다. “아메리카노 마시려다가 크림이 좀 당겨가지고” “디저트나 카페모카보다 낫지 않겠어?”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소소한 일탈로 아인슈페너를 선택하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레시피 구성만 보자면 아인슈페너는 카페모카라든지 마키아토 같은 달콤한 커피와 대결구도인데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아메리카노와 맞붙었던 것이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달콤함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잘 공략했던 건 아닐까?


비결 2. 색다른 거 없나?

두 번째, 고착화된 커피 메뉴. 아인슈페너가 나오기 전까지 커피 메뉴는 늘 비슷했다. 커피 전문점이 아닌 이상 아메리카노와 우유가 들어간 에스프레소 조합, 그리고 시럽이나 크림이 들어간 조합이 전부였다. 카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되는데 커피류의 가짓수는 그대로였다. 커피에 대한 수요도 늘고, 더 다양한 커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던 ‘그때’와 아인슈페너가 만난 건 아녔을까? 커피전문점이 막 많아지기 시작할 때쯤과 아인슈페너의 등장이 겹친다. #카페 투어 란 해시태그도 그 맘 때였던 것 같은데.


비결 3. 우리 가게 시그니처예요.

세 번째, 쉬운 조합과 시그니처. K 아인슈페너는 어떤 크림을 올리냐에 따라서 가지 수가 거의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늘어난 카페 수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카페 시장에서 우리만의 ‘시그니처’를 내세우는 건 필수가 됐다. 새로운 메뉴 개발은 꽤 부담이 되는 일이고, 이미 유행의 흐름을 탄 아인슈페너를 살짝 바꿔서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것은 카페 사장님들에게 꽤 매력적인 전략이 아니었을까?


비결 4. 인스타각이다.

네 번째, 비주얼. 아메리카노의 짙은 브라운 빛 위로 하얗게 덮이는 크림. 사진 찍기 너무 좋은 그럴듯한 비주얼이다. 아메리카노의 크레마와 아이스라떼에 에스프레소가 번지는 이미지, 높이 쌓아올리는 휘핑크림은 이미 너무 많이 보지 않았나. 게다가 카페 모카 위로 올리는 휘핑크림은 너무 귀엽고 보기만 해도 살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아인슈페너의 반듯하고 평평하게 올라와 있는 생크림은 묘하게 살이 덜 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다. 무언가 세련된 이 느낌, 인스타 각이다!


오스트리아의 마부는 몰랐을 걸?

이유야 어찌 됐든 메뉴판에 있는 아인슈페너를 보면 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베네 팥빙수가 유행하던 시절,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마구 생기던 그때쯤 연대 앞 전광수 커피에서 비엔나커피(아인슈페너의 또 다른 이름)를 마시며 이런 맛이 다 있나 하던 때가 있었다. 몇몇의 커피 전문점이라고 하는 곳들에서는 이미 옛날부터 있던 메뉴 중 하나였던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메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게 아인슈페너는 재조명된 중고신인 같은 느낌이다. 이미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인정을 받던 중고 신인이 대중성을 획득해 국민가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흔들리는 말 위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 없고, 식사도 대충 때우기 일수라 후딱 마시고, 식사도 때울 겸 먹기 시작했다는 음료가 21세기 저 동양의 대한민국에서 힙의 상징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역시 성공의 변수란 늘 다양한 값의 조합이다.


*회사 근처 카페 우드진의 아인슈페너들

가게의 시그니처 우디슈페너, 피스타치오 크림이 올라간 피스타치오슈페너, 초코크림이 올라간 초코슈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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