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천희 Jun 09. 2024

결혼 전시 기획 진짜 힘들다

난생 처음 해보는 결혼 전시 기획 준비


우리의 결혼 전시,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기획안이 전체의 몇 퍼센트까지 한 것인 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준비할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는데 이 부분은 글 마지막에 적어보겠다.


첫 번째로 전시의 주제를 정했다. 그 주제를 전시 동안 이야기하여 내용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주제 후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1. 여행 : 삶이라는 여행을 함께 한다는 의미. 요즘 해외여행이 트렌드라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2. 게임 : 같이 게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의 각 파트를 게임 스테이지로 비유하면 재밌을 것 같다. 다만 어르신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3. 춤 : It takes two to tango라는 문구를 이용해 결혼 후의 삶이 함께 즐겁게 춤을 추는 것에 비유

4. 책 : 함께 인생이라는 책을 만든다.

5. 오케스트라 : 함께 연주하여 좋은 화음을 만든다.

6. 공동 작업실 : 한 사람의 작업실이 두 사람의 작업실이 되는 이야기

7. 개러지 : 애플은 차고에서 시작했지만, 그들은 신혼집에서 시작했다. (성공한 CEO의 기사를 작성하는 형식)


이 중에 무엇으로 할까 짝꿍과 열심히 토론한 끝에 여행으로 가기로 했다.


두 번째로 전시의 내용을 기획했다. 크게 과거, 현재, 미래 3 파트로 나눴다. 과거는 우리가 만나기 이전까지의 이야기(어떻게 만났는지,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 현재는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갈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갤러리의 배치도에 대해 정했다. 메인 사이니지, 가벽 배치, 케이터링 위치, 식 행사장 위치 등을 상의했다. 이 부분은 잘 몰라서 갤러리 대표님께 물어봐서 정했다.


아직 못 정한 부분도 많다. 가벽 면에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 어떤 디자인으로 보여줄지, 사진은 어떤 걸 쓸지, 그림은 어떤 걸 그릴지 등 사실 못 정한 게 훨씬 많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지금 돌이켜보면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위탁 설치를 해주기로 했는데 어디까지 우리가 기획, 디자인하는지에 대해 갤러리와 상의하지 않은 게 아쉽다. 내가 어느 정도 큰 그림을 드리고 싶어서 배치와 기획안, 일부 디자인을 만들어서 드렸는데 이게 맞는 걸까? 싶기도 하다.


기획안을 만드는 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안만 약 7천 자 정도의 분량의 글을 썼다. 세부적인 내용을 쓴다면 이 내용이 두 세배는 늘어날 것이다. 전시는 둘이 합의한 내용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매일 디스코드에서 만나서 기획안을 썼다.



매일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가벽 디자인에 대해 어느 정도 가이드를 해드리자.", 짝꿍은 "레퍼런스만 드리고 디자인은 갤러리 측에 맡기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서로 논의하지 않았다. 짝꿍은 많은 양의 레퍼런스를 찾아 모두 정리했다. 그걸 보고 나는 디자인도 다 해줘라고 말했고, 짝꿍은 위탁 설치 비용을 갤러리에 드리는데 왜 우리가 디자인까지 다 해야 하는지, 레퍼런스 다 찾고 난 뒤에 얘기해서 일을 다시 해야 해서 짜증이 났다.


이후에 대화를 통해 각자의 생각이 달랐는데, 다른 상황에서 조율하지 않고 각자 develop 했던 것이었구나, 다음부터는 미리 생각의 싱크를 맞추자라고 잘 해결되었다. 하지만 서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이렇게 결론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말 많은 소통을 해야 하는구나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같이 살다 보면 또 이런 일이 생기리라. 그때도 우리는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현명하게 잘해봐야겠다.

이전 11화 부모님: 난 이 갤러리 결혼식 반댈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