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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희 Jun 02. 2024

부모님: 난 이 갤러리 결혼식 반댈세

갤러리에서 결혼식을 하겠다고 말씀드리자 부모님이 하신 말씀

양가 부모님들께 갤러리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일반적인 결혼식보다 결혼에 대한 의미를 더 느낄 수 있고, 하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더 여유롭고, 우리가 꿈꾸는 결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인 전시의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설명드리면 좋아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모님들의 반응은 '평범한 결혼식장에서 하는 게 어떻겠니?'였다.


식당과 거리가 먼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평소에는 전시를 하는 갤러리이기 때문에 식당이 없다. 밥을 먹으려면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큰 규모이고, 어르신분들이 좋아하시는 한식이고, 룸으로 구분되어 있는 곳을 찾기는 했다. 

식당에서 직접 하객분들께 대접해 드릴 코스 요리도 먹어봤다. 음식이나 식당의 분위기는 다 좋은데 걸어서 약 7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엄청 멀지는 않은데 결혼식이 여름이라 이동하는데 덥고 번거로울 것 같다.


그래서 부모님이 '식당이 멀어서 친구 부르기가 그렇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식당 안 멀고, 코스 요리로 맛있는 거 드릴 거라 괜찮다 말씀드려서 알겠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나도 하객 분들에게 고생을 시키는 걸까 속상하기도 했다.


두 번째 걱정은 결혼식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이셨다. 부모님께 결혼식은 '내 자식이 이렇게 멋지게 결혼을 합니다.'라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으신 것 같다.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일반적인 결혼식장은 화려하다. 층고가 높고, 화려한 장식, 꽃, 조명 등의 으리으리한 풍경에 압도된다. 내가 골랐던 갤러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178평의 큰 규모이고, 채광도 좋다. 그리고 전시장을 우리의 이야기로 꾸민다면 솔직히 나는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초라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결혼식 당일 날, 부모님 혹은 하객들이 우리가 꾸민 전시장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실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혼식은 우리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들과 상의하기 전에 갤러리를 먼저 찾아갔었다. 이렇게 했던 것에 후회는 없다. 하기 싫은 방법으로 억지로 결혼식을 하거나,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것이 두 사람에게 가장 행복할 테니까.


하지만 부모님들과 상의하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몇 가지 단점이 있고, 불편하고, 어떤 부분은 마음에 안 드시겠지만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부탁드려야 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었다. 아, 결혼이란 우리 둘만 하는 게 아니구나. 가족, 친척, 친구들과 함께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의 갤러리 결혼식, 분명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동적인 결혼 전시를 준비할 자신이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결혼식 날 갤러리 전시를 보여드리며 부모님께 초라하지 않은, 멋진 결혼식이네 라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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