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찾아서

by 박천희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한다. 새 집을 찾으려고 부동산 어플을 보다가 부동산 리뷰에 "ㅁㅁㅁ 부동산 중개인님 너무 감사해요. 좋은 집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우유부단해서 고민이 많이 되네요."라는 글을 보았다. 그때는 우유부단이라는 말을 가볍게 생각했는데, 나도 그렇게 우유부단해질 줄은 몰랐다. 아니, 두 집을 두고 고민하느라 다른 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끙끙 앓으며 고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은 정말 많았다. 약 한 달 동안 서른여 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서른여 집 중 마음에 드는 집이 딱 2집 있을 정도로 좋은 집을 찾는 건 매우 어려웠다. 처음에는 부동산 어플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에 들면 바로 연락해서 보러 갔다. 그때까지는 내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를 몰랐다. 내가 찾는 집이 어떤 집인지 생각해보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맨 땅에 헤딩하듯 집을 보러 다니니 나의 집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 지은 지 1~5년 사이의 집일 것. 먼저 5년 이내인 것은 오래된 집일수록 방음이 안 좋기 때문이다. 2010년 처음 서울에 올라와 2년 동안 살았던 집은 너무 방음이 안돼서 옆집에서 오늘 저녁에 중국집의 무슨 메뉴를 시켜먹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 지은 집일수록 층간 소음 건축 기준이 강하기 때문에 방음이 좋다. 그리고 집을 지은 지 1년이 넘어야 하는 이유는 '새 집 냄새' 때문이다. 나는 냄새에 꽤 민감하다. 신축한 집은 깔끔해서 좋지만 새 집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새 집 냄새가 꽤 빠진 1년 이후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다른 취향들로는 화장실이 깨끗한 집, 접근성이 좋은 집, 작업을 하기에 분위기가 좋은 집, 근저당이 없는 집 등이 있었다. 그렇게 원하는 집의 취향을 알게 되니 집을 무작정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부동산 중개인에게 집의 조건을 물어보고 내게 맞는 집을 골라가게 되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현재 원하는 집은 두 집으로 좁혀졌다. 첫 번째 집의 장점은 창문 앞이 뻥 뚫려서 경치가 좋음, 출퇴근 용이한 점이 있었고 단점은 집이 약간 작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집의 장점은 옵션이 좋고, 집의 분위기가 좋아서 작업을 할 때 좋을 것 같고 단점은 출퇴근 거리가 살짝 멀다는 것이었다. 두 집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달라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약 1주일 동안을 계속 고민했다. 그런데 고민을 하는데 정말 다른 일들이 손에 하나도 안 잡히더라. 너무 고민되어서 친구들에게 두 집의 장단점을 알려주며 너 같으면 어디에 살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결과는 3:2로 첫 번째 집이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렇게 첫 번째 집이 조금 더 낫겠구나 하고 선택하려고 하면, 시커먼 악마가 나타나서 내게 귓속말을 했다.

'그래, 그 집이 좋긴 하지. 그런데 이러이러한 단점들도 있잖아. 다른 집이 낫지 않겠어?'

악마의 속삭임은 너무나도 유혹적이고 매번 선택을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고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을 하나도 못한 채 계속 고민만 하면서 폐인처럼 지냈다. (나중에는 고민을 잠시 멈추기 위해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았다.)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 와중에 부동산 중개인들은 집 계약을 하기 위해 나에게 별 짓을 다했다. 전화가 와서 "이 집을 몇 명이 보고 갔고, 같은 건물의 다른 방이 계약이 되었다. 집 놓치기 전에 계약하라. 정말 좋은 집이다."라며 나를 닦달했다. 그런 전화가 몇 번 오니까 (마침 그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독촉 전화를 많이 받아서 너무 스트레스라고 그만 전화해달라고 짜증을 내며 얘기하기도 했다.

어떤 부동산 중개인 분은 상당히 고단수의 전략을 쓰기도 했다. 그분은 내게 다른 사람이 내가 본 집을 계약하려고 하는데 계약 진행해도 되겠냐고 내게 문자를 보냈다. 사실 그 집은 약간 마음이 멀어지는 집이었다. 그래서 계약하시라고 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집이 계약되기 전에 나에게 얘기해주니 매너 있고 좋은 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중개인과의 문자 연락이 끝나고 당일 저녁 부동산 어플을 확인해보니 아직 그 집은 계약 종료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그 중개인은 사실 나를 떠보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였다. 다른 사람이 계약하려고 하는데 왜 굳이 나에게 물어봤을까? 보통은 물어보지 않고 바로 계약 진행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그 집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를 알아채고, 내게 독촉 전화도 해봤지만 넘어오지 않아서 나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최후의 방법을 쓴 것 같다. 물론 실제로 계약이 진행되었을 수도 있지만. (5일이 지난 지금에도 어플 상에서 보이기로는 계약 종료는 되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굉장히 시크한 부동산 중개인도 있었고, 출퇴근 거리가 먼 집을 같이 보고 출퇴근할 수 있겠냐며 반문한 중개인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개인들은 하나의 매물이 여러 부동산에 올라와있어서 자신이 중개 수수료를 받기 위해 열심히 독촉했다. 나는 여러 중개인을 만나기 때문에 여러 독촉을 들어야 했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집이라면 독촉은 실제로 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그래서 그러한 독촉들은 나를 꽤 피곤하게 하는 성가신 것이었다. 하나의 매물이 하나의 부동산에만 올라와있다면 독촉은 안 해도 될 텐데. 또 그렇게는 못하는 게 현실이겠지.


내가 이사 가려는 곳 중 하나는 대학 근처에 있다. 대학교 근처 지역은 개강과 맞물려서 1~2월이 집 계약 성수기이다. 이번 주 화요일이 그 대학교의 수시 최종 발표일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 좋은 집들이 계약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번 주 금요일에 최종 결정을 하려고 한다. 고민하던 두 집이 다 계약이 되었다면 다시 다른 집을 보러 다녀야겠지. 지금 살고 있는 집 계약 만기가 1월 말이라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마음이 약간 쪼릴 것 같아. 그리고 또다시 집을 보러 가야 하는 것도 정말 귀찮고 힘들겠다. 그치만 어떻게든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