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을 많이 느낀다. 어딜 가나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을땐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해주고 있는건지, 내가 몇 번씩이나 검토했던 작업에 혹여나 실수가 있진 않을지, 휴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아버지가 일을 나가실땐 제발 무사히 집에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 덕분에 매일은 긴장의 연속이고 나의 불안이 무사히 지나갔음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또 다른 불안이 나의 평화로운 방문을 두드린다.
만성불안.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과연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늘 하루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덕분에 늘어난건 예민함과 약간의 마찰에도 쉽게 일어나는 스트레스뿐.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이따금씩 불안이 자각될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는 대체 왜 그냥 넘어갈 수 없는거냐며 뾰로통해진다. 나의 하루는 불안으로 시작해서 가끔씩 뾰로통해지다가 다시 불안한 내일을 그리며 그렇게 마무리된다.
얼마 전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혹여나 사고가 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날도 여지없이 불안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머릿속으로 사고가 나게 되면 내가 해야할 행동들에 대해서 그려봤다. 그러던 중 문득 이어폰으로 듣던 노랫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그리고 만약 사고가 나게 되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가 내가 듣게 될 마지막 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노랫말 하나하나와 흘러나오는 피아노 반주 한음한음이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아무런 생각없이 흘려보내던 노래를 어느샌가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 뒤로는 아무생각 없이 듣던 그 노래가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불안이 끝나고 나면 나에게 불안을 안겨주었던 그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와 얘기하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고민하며 불안해하다가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는걸 깨달았을 때, 우리는 그에게 더욱 빠진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을 한없이 의심하다가 좋은 결과를 얻거나 보람을 느낄 때, 우리는 그 길을 더욱 힘차게 걸어간다. 우리는 불안이란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불안함으로 인해 소중함을 얻을 수 있다. 너무 잦은 불안은 좋지 않지만 그것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면 나름대로 꽤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덕분에 소중한 것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