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수면의 위로

by 준혜이

어제는 없어도 되는 날이었다. 전화기를 집에 두고 딸아이를 데리러 간 사이 딸아이가 기다리던 택배를 받지 못했다. 내가 집을 나서기 전 식탁 위에 올려둔 전화기를 보면서 집을까 말까 고민한 결과, 나는 다가올 일을 외면하게 되었다.


사무실에 가방을 두고 나갔다 들어왔는데 가방이 없어졌다고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가방 속에는 없어지면 곤란한 여권과 집 열쇠가 들어있다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여권을 재발급 받고 비자를 다시 받는 과정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침착할 수 있을 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나의 일상 속의 한 사람, 단 한가지 일만 어긋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세계 평화는 환상속에서도 불가능하겠다. 사무실에 CCTV는 없냐고 묻는 내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침묵했다. 각자의 침묵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건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건 주말 부부의 이로움이자 외로움.


어젯밤 나는 잠을 잘 잤다. 죽음같은 잠이 나의 삶을 위로하고 다시 세운다는 걸 아이를 낳고 몸소 체험했으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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