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말해줘

by 준혜이

사라진 가방은 남편 직장 상사의 배려였다. 남편이 가방을 깜빡하고 퇴근한 줄 알고 상사가 가방을 챙긴 것이다. 상사의 오해와 친절에 가방은 내가 갖고 있다는 메세지 하나만 더해졌어도 우리집 냉장고 속 바나나 막걸리 한 병은 그대로였을텐데. 아침부터 상사에게 가방을 돌려받고 안심한 남편은 나에게 가방이 없어진게 아니었다고 연락해주지 않았다.


말을 해도 상황을,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주는 통찰력과 초능력이 우리의 말을 아예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받지 못한 택배는 우리가 라스베가스에 다녀오면서 비행기에 두고 내린 아이패드였다. 지난 주 금요일에 아이패드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택배를 받을 때까지 딸아이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참지 못하고 딸아이에게 알렸다. 그날부터 우리 모두 손꼽아 기다리던 택배. 아이들과 태권도장으로 서둘러 나가는 길에 전화벨이 울렸다.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다. 딸아이가 우리집 주소를 중얼거리면서 사람들이 이걸 꼭 알아야 아이패드를 찾아줄 수 있다고 걱정하던 밤의 우리를 이제 잊어야지.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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