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휴가

by 준혜이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남편 사촌의 결혼식이 있었고 우리 동네에 살다가 이사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결혼식 화동이었다. 누군가의 특별한 날을 내 아이들이 망칠까봐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잘 해냈다. 예전에는 결혼식에 초대받아서 갈 때마다 신부가 울먹이면 나도 따라 울고 그랬는데 이제는 별 감흥이 없다. 웨딩드레스 버금가는 드레스를 입고 피로연장을 누비며 하객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있는 딸아이를 발견하고 한숨같은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나는 남편의 사촌과 그의 여자친구, 두 사람의 결혼으로 이 세상이 어제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나의 전부이면서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가족들의 세상.


우리의 오래된 시작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어서, 그 때 우리의 결심이 어리고 부주의한 게 아니었다고 안심할 수도 있어 우리는 결혼식에 초대받는 게 좋다.


친구네와 우리의 사이가 차로 5분거리였을 때 나는 우리 사이가 멀어질까 조심했다. 가까이서 멀어지는 마음을 아이들은 몰라도 어른들은 잘 알아야하니까. 그래서 나는 친구네 가족을 다섯번 보고 싶으면 두 번만 연락하곤 했다. 또 그래서 우리가 만나기 위해 확실한 계획과 다정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이 나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있을 땐 서로의 유일한 친구였다가 헤어지고 나면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을 열심히 살면 되는 지금. 문득 어른이 된 우리 아이들이 내 곁에서 멀리 떠나가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휴일을 같이 보내자는 약속이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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