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gether
Cayman Islands
처음 와보는 곳에서 잃은 생활의 통제감은 우리에게 자유가 아니다. 낯선 곳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편안해지기까지 내 곁의 익숙한 사람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내가 있는 한. 우리 눈 앞의 이국적인 나무들처럼 아이들이 땅에 발을 붙이고 한 시간에 5분씩만 풍경의 일부가 되어준다면 우리의 계획대로 여행지에서의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는 이기적인 생각은 결국 아이들에게 퍼붓는 잔소리가 되고 말았다. 안전하고 우아하지 않은 우리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평소 내가 해오던 일들을 친절한 리조트 직원들의 손을 빌려 해결하고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사소한 의사 결정에서 벗어나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게 다 귀찮기만 하던 마음이 이 곳에서는 꼭 즐거워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가 기대한만큼 아이들이 재미있어하지 않으면 짜증이 났고 둘째가 물 속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걸 이해해주고 싶지 않았다. 이 좋은 곳에 머물 시간이 일주일뿐이라는 조바심이 사라지고 둘째가 물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울기까지 우리에게는 두 번의 밤이, 첫째가 물 속에서 물구나무를 서기까지는 네 번의 밤이 필요했다.
집에서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 집 밖에 따로 있으므로 적당한 선을 지켜가면서 서로를 괴롭히고 가끔은 사는 게 피곤해서 서로 거슬리는 점을 그냥 눈 감아 주며 존중 비슷한 것을 해왔다. 그런데 모두의 일상이 합쳐진 여행에서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독립을 선언했다. 딸아이가 리조트 안에 있는 어린이 캠프에 등록시켜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고 자신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우리 곁을 웃으면서 떠나버린 것이다. 일주일 동안 한 번, 겨우 세 시간 뿐이었지만 남겨진 우리는 더 오랜 시간 생각했다. 우리가 아이에게 이 세상과 사람들을 마음놓고 구경해도 되는 곳으로, 의심할 필요없는 친구로 소개한 덕분에 딸아이가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서운함을 감출만 한 생각을.
뉴저지보다 한 시간 빠른 Cayman Islands 에서 이틀만에 자리잡은 우리의 일상은 이랬다. 아침 7시, 닭 울음 소리에 일어나 집에서 가져온 것, 식료품점에서 장 본 것을 대충 챙겨먹고 바다로 나갔다가 12시쯤 방으로 들어와 씻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낮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서 또 바다로 나가는 것. Cayman Islands 에는 맥도날드랑 스타벅스가 없고 버거킹과 웬디스가 있다. 우리가 좋아한 Chiken Chiken 의 통닭구이는 먹을 때마다 자유롭게 섬을 돌아다니는 병아리와 닭들을 떠오르게 했다. 더위와 물놀이가 우리를 얼마나 배고프게 하는지 남편과 둘이 앉은 자리에서 닭 한마리를 다 먹어치울 수 있었다.
늘 같은 자리에서 보는 같은 사람들을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식구들의 모든 면면을 잘 알고 있다는 나의 착각이 외면하게 만든 아이들의 성장과 우리의 노화가 여기서 더 잘 보인다. 어쩐지 마음에 좀 거슬리고 안쓰럽지만 집에 가면 다시 외면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ㅋㅋㅋ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