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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Diary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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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혜이 Sep 10. 2020

학교를 안 갔어

 여름 방학이 끝났다. 아이들은 여전히 집에 있지만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어서 그 시간 동안에는 몸만 집에 있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내가 모르는 사람처럼 보인다. 아이들을 힐끔거리며 책을 읽고, 부엌일을 하면서 내가 아이들의 무의식 속을 걸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 그곳에 내가 있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문 닫고 혼자 들어가 있을 방이 없다. 닫힌 문 앞에 서 있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고 생각한다.

 방학 동안 무절제하게 컴퓨터 게임을 한 덕분에 아니 그전에 온라인 수업을 받던 첫째 옆에 앉아 열심히 구경한 덕분에 둘째는 컴퓨터를 잘 다루게 되었다. 그래서 유치원생이지만 온라인 수업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다. 기특하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그러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생각해본다. 둘째의 모니터에 아이를 안고 앉아 있는 어른이 보인다. 커다란 인형이 보인다. 둘째는 자신의 배경화면을 바꿔놓았다.

 아이들의 선생님이 배우 같다. 빈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모니터 너머로 학생의 부모가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직업을 가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연극적이다. 능력 발휘를 해야 할 무대 위에서 평상시의 내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 선생님으로 사는 게 싫어질 선생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선생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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