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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Diary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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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혜이 Jul 07. 2020

엄마와 딸

 어른이 될 날만을 기다리는 딸아이 옆에서 나는 가끔 아이가 되고 싶다. 그럴 때면 딸아이를 언니라고 부르며 장난을 쳐보는데 나에게 언니 소리를 듣는 딸아이의 표정이 묘하다. 쑥스러운듯 웃음을 참는 그 얼굴이 딸아이를 진짜 언니처럼 보이게 한다.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건 지금 우리는 아닌 것. 딸아이가 어른이 되는 쪽을 향해 살아가는 건 맞고, 내가 아이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팔에 털이 많다고 딸아이가 말했다. 네가 내 딸이라서 그래. 이거 봐, 나는 더 많아. 그리고 앞으로 딸아이의 팔다리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털이 자라나게 될 거라고 나는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듣고 있는 딸아이의 표정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이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나버린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아있다. 그 표정이 내 몸을 웅크리게 만든다. 딸아이가 내 슬리퍼를 신고 있다.

 딸아이는 커서 엄마가 될 거라고 했다. 우리가 서로를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서 함께 한 순간에도 지켜온 것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단 한 번 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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