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동안 아이들은 매일 저녁 아빠와 할아버지와 삼촌과 마인 크래프트를 했다. 다섯 살 둘째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달라고 소리치며 아빠에게 매달렸다. 물에 빠진 둘째의 캐릭터를 구하러 남편이 둘째의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남편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울고 있는 둘째를 안아서 달래는 수 밖에는. 그렇게 게임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위기에 처하고 아빠와 누나와 할아버지와 삼촌의 게임 여정에 걸림돌이 되면서 둘째는 마인 크래프트를 그만뒀다. 그리고 로블록스를 시작했다. 방학은 끝났지만 게임은 계속된다.
집안의 막내로 자라면서 둘째는 매 순간 자신의 모자람을 마주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쉽게 해내는 일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도하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그런 상황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다. 우리의 도움에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아이가 왜 누나만, 하고 말을 꺼내면 우리는 그게 아니고, 하면서 둘째를 설득하려고 애쓰다가 결국에는 그러게, 우리가 왜 누나한테만, 하고 둘째가 원하는 대로 거의 다 해준다.
네 식구가 되어 살면서 우리가 누구의 불행을 가장 잘 모르는 척할 수 있는가, 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짧은 순간에 우리는 우리 집의 약자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말없이 이루어지는 셋의 합의가 주는 일체감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둘째가 말을 하지 못했을 때는 이게 모두의 평화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둘째가 다시 마인 크래프트를 하기 시작했다. 누나를 도와준다면서 무언가 한 것 같은데 첫째가 화를 낸다.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첫째에게 화가 난 둘째가 첫째가 시간 들여 만들어 놓은 집을 부쉈다. 남편이 비명을 지른다. 죽이지 마, 죽이면 안 돼! 둘째가 첫째의 캐릭터를 죽여버렸다.
아무리 화가 나도 집을 부수면 안 돼. 누나를 죽이면 안 돼. 아빠도 죽이면 안 돼.
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