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화장실 안에서 아이들이 싸운다. 영화 대사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평정심이 유지된 목소리를 서로 주고 받는다. I hate you. I hate you infinity. I hate you infinity plus infinity. I hate you. I wish you were dead. I hate you forever. 2층 계단 끝에 앉아 있던 나는 아이들끼리 하고 있는 저 대화를 어른들이 나누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네가 싫어. 널 무한대로 싫어해. 네가 무한대에 무한대를 더한 만큼 싫어.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너를 영원히 싫어할 거야. 심각해질수록 웃긴 대화가 될 것 같았다. 남편이 나에게 다가와 아이들을 저렇게 그냥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I want you to die. 둘째가 말했다. 야! 너네 올라와, 내가 소리쳤다.
아이들의 대화를 훔쳐들으며 내 나름대로 누가 더 잘못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있었다. 내 앞에 두 아이 모두를 불러 앉혔지만, 나는 누나에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두 번이나 말한 둘째에게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거냐고 따졌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도 이야기했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나는 둘째에게 혹시 엄마가 너한테 잘못하면 엄마한테도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네가 죽으라고 하면 네 말대로 죽어줄 거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아이들이 나보고 죽지 말라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죽으라고 말하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기로 하면서 우리는 계단 끝에 모여 서로를 끌어안았다.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간 뒤에도 계단 끝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나에게 남편이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해서 애들을 울리는 건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런 설명을 요구하는 남편은 어떤 말로 울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가 아이들을 울리는 걸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고 남편이 말하자,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우는 얼굴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울고 싶다거나 이게 정말 울 일 인가하다가 딴생각에 빠져버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I hate you. I hate you infinity. I hate you infinity plus infinity. I hate you. I wish you were dead. I hate you forever. 하고, 야! 너네 내려와, 우리를 야단칠 어른은 없는데 방에서 아이들이 달려 나와 엄마 아빠 죽지 말라고 울고불고하겠지, 생각하다가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남편도 따라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뛰쳐나왔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