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좋은 꿈을 꾸었다. 늘 운수대통이 간절한 남편은 자기 친구가 얼마 전에 아내에게 좋은 꿈을 돈 주고 샀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게 진짜 효과가 있을까, 나에게 비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신이야. 미신이 뭐야? Superstition. 내가 네 꿈 살게. 1불만 내. 정말 효과가 있을까? 미신이라니까, Very superstitious~ 내 생각에 남편에게 생길 수 있는 좋은 일이란 사랑해. 하지 마, 사랑하지 마, 나를 그냥 옆집 아줌마라고 생각해,라고 떠들던 나의 진정과 반성 정도.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을 틀어놓고 둘째와 함께 부엌에서 춤을 추면서 아침을 준비했다. 딸아이는 헤드폰을 쓰고 노트북 앞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둘째에게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여러 개 들려주면서 이 사람은 눈이 안 보여, 그래서 이렇게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게 아주 즐거운 것 같아, 이야기해줬다. 둘째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달려가 스티비 원더가 몇 살인지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를 검색하고 나에게 말해줬다. 눈은 어쩌다 안 보이게 된 거래? 했더니 그 이유를 읽어 보았지만 뜻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여섯 살에 스티비 원더를 처음 들었죠. Superstition을 틀어놓고 부엌에서 엄마랑 같이 춤을 췄어요. 자신의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스티비 원더가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하면서 엄마가 그랬어요, 스티비 원더가 엄마 아들이었으면 그를 키우는 내내 그를 안고 춤을 췄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스티비 원더는 다른 사람의 춤을 자신의 몸으로도 춰 본 사람일 수 있다고. 이 세상에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춤을 추고 공부했어요. 다 큰 아들이 어디선가 이렇게 연설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눈시울을 조금 붉혔더니 오전 시간이 다 가버렸다.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을 틀어놓고 딸아이와 둘째와 셋이 부엌에서 춤을 추면서 점심 준비를 했다. 춤추는 딸아이를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 티 나게 감격하면서 아이의 춤사위를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그러면 아이가 그대로 멈출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딸아이 담임 선생님과 화상으로 면담을 했다. 선생님은 딸아이가 춤추는 시간에 한 번도 춤을 춘 적이 없다며 아이를 춤추게 하는 것이 이번 학기 목표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면담 시간 동안 딸아이의 단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야기해주는 선생님이 왠지 야속하고 존경스러워서 짜증이 나 있던 나는 속으로, 그렇게 아는 척하시더니 선생님이 우리 딸아이를 아직 잘 모르시네, 했다.
우리는 왜 자꾸 춤을 추고 난리인가. 그건 우리가 이렇게 계속 한데 모여 있다 보니 서로에게 말을 하면 할수록 말이 나빠지고, 말로 서로를 웃길 성의도 이제 거의 바닥 난데다, 말로는 더이상 그 날의 기분을 숨길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는 얼굴로, 화난 얼굴로, 웃긴 얼굴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신체부위를 다 움직여본다. 윙크를 할 수밖에 없는 음악이 있고, 슬픈 발라드에 맞춰 허우적대던 두 팔은 춤처럼 시작해 수영으로 끝나기도 한다. 이건 일상생활을 하루빨리 되찾기 위한 우리만의 제의라고도 할 수 있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