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박지윤 혹은 루시드 폴

by 준혜이

“자 내 얘기를 들어보렴 따뜻한 차 한 잔 두고서 오늘은 참 맑은 하루지 몇 년 전의 그날도 그랬듯이” (봄눈, 박지윤 혹은 루시드 폴)

우엉차를 마신다. 한두 달 전에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준 건데 아까 우엉차 맛있지? 하는 엄마의 카톡을 받고서 일단 그렇다고 대답하고 서둘러 우엉차를 끓였다. 차가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에서 우엉차의 효능을 검색했다. 대충 읽어봤지만 이게 맛이 없어도 그냥 마시는 게 좋겠다. 우엉 향이 나고 우엉 맛이 나는 우엉차. 화분에 물 주면 올라오는 흙냄새, 비에 젖은 흙냄새가 나기도 해서 결국 물에 흙을 타서 끓여마시는 거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지만 우엉차는 몸에 좋단다.

어제 오후부터 한밤중까지 눈이 내렸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바람까지 불어 쌓인 눈이 사방에 흩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날이면 현진건의 소설 속 “겨울을 태우는 봄의 연기”가 이런 걸까, 하고 잊지 않고 생각해본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애타게 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겨울 속에서도 어느 봄을 볼 수 있었던 건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면 소설 속에서 큰 불이 났던가. 그러다 봄눈을 부르는 박지윤과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노래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차례로 들으며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이 여전하거나 말거나 어떤 봄은 겨울로 얼려버릴 가치가 있다고 나도 같이 노래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은 그 풍경밖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 나는 그런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으므로 아침부터 아이들과 삽질을 했다. 우리 차가 쌓인 눈에 갇히지 않게 길을 내는 삽질. 동네 사람들도 여럿이 나와 삽질을 하는데 그 소리가 모두에게 공평, 공평을 외치는 듯했다. 삽질 뒤엔 우엉차 나나나나 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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