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쓰레기 내다 버리는 일을 빼먹을 수는 없다. 눈이 많이 내린 탓에 어제 청소차가 오지 못했는데 그러면 쓰레기장 꼴이 어떻게 되는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쓰레기를 공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범죄 의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인문학적으로, 문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예술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더해져 쓰레기보다도 못한 관점으로 인간쓰레기가 되어 쓰레기를 버릴 필요가 있다.
청소차가 다녀간 뒤 텅 빈 덤스터에 (Dumpster) 쓰레기를 버릴 때, 쓰레기봉투가 내 몸에 닿지 않게 팔꿈치의 각도를 애써 조절해가며 쓰레기를 있는 힘껏 들어 올린 다음 텅 소리가 나게 덤스터에 내던지는 그 순간 우리 집은, 쓰레기장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 어떤 청소에도 깨끗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일은 시각적으로, 후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정신적으로, 충격적인 활동인데 멈출 수가 없다.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받은 날 딸아이는 우리가 하루빨리 테슬라를 타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고 지구가 건강해진다고 했다. 지구와 가정 경제에 대해 딸아이와 토론하고 싶었지만 우리 집엔 2불 밖에 없어, 라는 농담이나 했다. 딸아이가 자신은 커서 환경운동가가 되겠다고 한 날에는 내가 그래, 좋은 생각이야, 생물학자 환경 운동가, 물리학자 환경 운동가, 화학자 환경 운동가, 의사 환경 운동가, 엔지니어 환경 운동가,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우리 동네 쓰레기장은 아파트 단지 두 동을 사이에 둔 길 끝에 위치하고 있다. 쓰레기장은 차고처럼 지어져 셔터가 있고 그 옆에 출입문이 있다. 여름에는 셔터가 항상 닫혀 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쓰레기장 셔터를 몸소 내리지 않고 수시로 쓰레기를 편히 내다 버린다. 쓰레기 더미 위로 새하얗게 눈이 쌓이는 일이 일어날 리 없지만 오늘따라 하얀 쓰레기봉투가 눈에 띄게 많아서 눈인가 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아침부터 시끄럽게 치워놓은 아스팔트 길이 도로시가 걷던 노란 벽돌 길을 닮았다고 생각하며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왔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의 직업은 쓰레기가 결정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서 녹아가는 빙하를 걱정하는 동시에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빛깔을, 존재를 밖으로 새어 나가게 할 수 없어 까맣고 튼튼한 쓰레기봉투만 사는 내가 모든 날, 모든 곳에 살고 있어서. 내일부터 쓰레기는 남편이 갖다 버려야겠어. 어쩌면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류의 생활 습관을 바꾸기보다 테슬라가 더 빠를지 몰라. 이래서 듣는지도 몰라, 인간쓰레기라는 말.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